[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디지털 컨버전스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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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업으로 굳혀진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를 강화할 목적으로 4대부문 조직의 명칭을 바꿨다.
''디지털 미디어 네트워크'' ''텔레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디지털 얼라이언스 네트워크'' ''디바이스 솔루션 네트워크''등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네트워크''라는 용어를 담고 있는 것 부터 예사롭지 않지만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국제가전박람회(CES)를 상기해 보면 상당한 의미를 품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번 CES는 가전 정보 모바일 기술의 융합과 복합의 경연장이었다.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 다른 분야의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기술이 탄생되는 융합과,네트워크나 시스템화에 가까운 개념인 복합의 구분이 의미없을 정도였다.
말 그대로 디지털 컨버전스를 확인시켜 준 전시회였다.
CES를 주관했던 미국가전협회(CEA)는 앞으로의 가전시장을 낙관했다.
지난해 가전시장은 10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지만 디지털가전을 중심으로 올해에는 반전이 일어나고 그 기세를 몰아 내년에는 시장규모가 1천억달러대를 돌파한다는 것이다.
이미 기업들간에는 과거와 다른 경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CES에서 행해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삼성전자의 진대제,휴렛팩커드의 피오리나의 기조연설은 이들 기업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음에도 공통된 지향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또 보완관계였던 것을 경쟁관계로 돌려놓고 있다.
TV진영과 PC진영간의 입씨름은 그 좋은 예다.
출발은 달랐지만 지금은 차세대 홈멀티미디어 서버자리를 놓고 다투는 입장이 됐다.
국가적으로도 흥미로운 경쟁구도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샤프 등 일본기업들은 아날로그에서의 주도권을 디지털에서도 이어가려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휴렛팩커드 등 미국기업들은 정보기술의 경쟁력 우위를 디지털 가전으로 확장,핵심부문 장악을 노린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경쟁축이 가세한다.
바로 한국이다.
삼성전자의 조직개편도 따지고 보면 무선 홈네트워크 모바일이 통합되는 부분에서의 기선잡기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패권의 향방은? 디지털 컨버전스의 특성상 국제적인 세력권 형성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표준게임부터 기업간 복잡한 협력과 배신으로 얼룩질 것이다.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면 앞으로 2∼3년간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