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홀인원은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작은 홀(지름 약 10.8㎝)에 볼을 쳐서 넣는다는 것은 ''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단 홀인원을 하려면 볼을 홀을 향해 똑바로 보내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 홀인원은 전적으로 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에게만 찾아온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대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신기한'' 홀인원이 나왔다. 무대는 유럽 PGA투어를 겸한 남아공투어 던힐챔피언십이 열린 요하네스버그 인근 학턴GC 15번홀(길이 2백6m). 주인공은 한국에도 자주 왔던 제임스 킹스턴(남아공)이다. 킹스턴의 4번아이언 티샷은 약간 훅 구질이 되며 왼쪽으로 날아갔다. 그린 왼쪽에는 나무가 있었다. 볼은 그 나뭇가지를 맞더니 오른편으로 굽어 그린쪽으로 떨어졌고 데굴데굴 굴러 거짓말처럼 홀속으로 사라졌다. 생애 네번째 홀인원을 기록한 킹스턴은 좋기도 했지만 좀 쑥스러웠다. 그 홀인원 덕분에 시가 2천6백만원 상당의 ''아우디 TT 스포츠카''를 부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전에 기록한 세 번의 홀인원은 모두 잘 맞은 것이었는데 2타를 줄인 것 외에 아무런 보답이 없었다.이번 홀인원은 잘못 맞은 것이었는데 값비싼 승용차가 내 것이 되다니…"라며 "골프는 우습고 미묘한 게임이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킹스턴은 이날 1언더파 71타를 쳤다. 3라운드 합계 7언더파 2백9타로 공동23위. 마티 마리츠(24)가 17언더파 1백99타로 단독선두를,홈코스의 어니 엘스는 선두에 4타 뒤진 13언더파 2백3타로 4위를 각각 달리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