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월드컵 16강 길목에서 운명적인 대결을 벌여야 할 ''라이벌'' 미국에 패배했다. 한국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구장에서 열린 2002북중미 골드컵축구대회 예선 B조 1차전에서 후반 10분께 최진철이 퇴장당했음에도 불구,시종 팽팽한 경기를 펼쳤으나 마지막 10여초를 견디지 못하고 미국에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9일 서귀포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1대0으로 이겼던 한국은 미국과의 상대전적에서 5승2무2패를 기록,여전히 앞섰지만 적지에서의 승리를 얻어 본선행 발걸음을 가볍게 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또 지난해 1월 시작된 히딩크호의 A매치 성적표는 9승4무6패가 됐다. 한국은 플레이메이커에 이천수를,최전방에는 최용수와 차두리를 기용해 역삼각형 공격편대를 짜고 이을용 김남일 송종국 박지성으로 연결되는 미드필드진이 공수를 조율했다. 또 수비에는 유상철을 중앙에 투입해 왼쪽 김태영,오른쪽 최진철을 리드하며 1자수비로 상대 공격에 대응토록 했다. 반면 미국은 신예 랜던 도노반(21)과 브라이언 맥브라이드를 최전방에 내세운 4-4-2포메이션으로 맞섰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쥐고 상대 문전을 두드렸다. 그러나 전반 7분께 최용수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유상철이 골키퍼 정면에 그대로 갖다줬고 21분에는 이천수의 슛이 골문을 외면했다. 또 30분 차두리의 오른발 발리슛도 켈러의 손에 걸려 골포스트를 벗어나는 등 계속된 찬스를 점수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35분 도노반이 가볍게 선취골을 뽑았다. 도노반은 왼쪽 미드필드에서 날아온 앤트 라조프의 기습패스를 받아 오프사이드를 피한 뒤 골키퍼 이운재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오른발로 가볍게 골키퍼의 키를 넘겨 네트에 밀어넣었다. 한국은 불과 3분 뒤 송종국이 미드필드 중앙에서 30m짜리 중거리슛으로 미국의 오른쪽 네트를 갈라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어갔다. 한국은 후반 들어서 최진철이 퇴장당했음에도 불구하고 14분 박지성,23분 최용수가 강슛을 날리는 등 대등한 경기를 펼쳐나갔다. 미국 골게터 맥브라이드의 결정적인 두 차례 슛도 이운재의 선방으로 넘겼다. 그러나 로스타임도 얼마남지 않은 47분께 미국의 교체멤버 커닝 햄이 아크 정면에서 왼쪽으로 패스한 볼을 19세 공격수 비슬리가 왼발로 강슛,그물을 흔들었고 한국은 패배의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한국은 오는 24일 쿠바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한편 앞서 열린 A조 경기에서는 기존 대표선수들을 완전 제외시킨 멕시코가 전반 31분 하이르 가르시아의 결승골에 힘입어 엘살바도르를 1대0으로 물리쳤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