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가 1년이 다 되가는 요즘 미국에서 신용불량자와 개인파산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 수는 이미 10년전 불황때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10년전 미국 불황기에 각 은행들은 개인의 신용한도를 대폭 축소했지만 이젠 금융기관들이 돈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미국 은행들이 갖고 있는 현금 보유량은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일정 손실은 당분간 견뎌낼 수 있다. 금융기관들이 소비자 대출기준을 완화하면서 미국인들은 자동차 주택 등을 구입하는 데 돈을 빌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결과는 지난해 3.4분기에 7조5천억달러란 거액의 소비자대출로 이어졌다. 소비자 부채가 늘어난다는 것은 소비가 늘어나는 전형적인 징후다. 단기적으로 보면 소비자 지출은 경제를 자극한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작년에 연속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염두에 뒀던 것이 바로 이 효과다. 하지만 현재의 비정상적인 소비자대출 관행은 상당히 위험하다. 어떤 시점에 이르면 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자신의 소득을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모두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소비변화는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경제를 둔화시킬 게 분명하다. 미국 소비자의 부채규모는 특히 모기지(장기저리 주택자금 대출) 시장에서 급증해 왔다. 연준리가 금리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내리면서 대출이자가 크게 낮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당장 급하지 않은 곳에 지출함으로써 경기침체의 진정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혜택이란 경기침체의 정화(淨化)작용이다. 침체기에는 보통 금융기관들이 개인 신용한도를 내림으로써 소비자의 신용도가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컨설팅업체인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지난 90년대초 불황기에 미국 가정은 신용한도 축소로 평균 4백10달러의 부채를 덜어냈다"면서 "이 때문에 당시 소비자들은 경기회복기가 시작되자 신규대출을 받는 게 수월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난해 3월 경기침체가 다시 시작된 이후 두 분기동안 미국 가정은 평균 1천4백20달러의 신규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아직 금리는 낮은 편이어서 소비자들은 부채상환에 상대적으로 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이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만약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부채더미에 허덕이는 개인 파산자들은 더욱 급증할 수밖에 없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