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부시에 대한 달라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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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조지 W 부시 미국 태통령은 요즘 천양지차(天壤之差)를 느낄 것 같다.
취임 1년을 맞은 그에겐 지난 2001년은 다사다난,그 자체였다.
세간의 평가도 가히 극적으로 달라졌다.
이같은 변화는 그 스스로도 놀랄 만 하다.
취임 초만 해도 부정적인 여론 일색이었다.
민주당 앨 고어 전부통령과의 대선은 한마디로 코미디였다.
개표 시비로 얼룩져 시작부터 "반쪽" 대통령이란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어눌한 말주변 때문에 전임자들이 누렸던 언론과의 밀월 기간도 제대로 찾아 먹지 못했다.
오죽 인기가 없었으면 차기 대선에선 무조건 낙선한다는 이야기마저 나돌았을까.
물론 이런 평가가 극적인 반전을 위한 토대가 됐을 지도 모른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낮았기 때문에 부시가 이룬 성과 이상으로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리더십과 신뢰를 갖춘 대통령,이는 바로 요즘의 그를 일컫는 말이다.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도를 봐도 그렇다.
부시가 느끼는 천양지차는 지지도 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지가 나오는 "출구"도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해 중반만 해도 부시는 국내 문제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지만 그 특유의 끈질긴 협상으로 두 가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바로 교육개혁 법안과 신속처리(fast-track)권한이다.
신속처리 권한은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무역 협상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퇴임때까지 인기 절정을 누렸던 빌 클린턴 대통령마저도 이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반면 외교 문제는 삐긋거렸다.
미사일 방위 구상에 사로 잡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이 문제 때문에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은 물론 비중 있는 파트너인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도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중동 문제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중요하지만 너무 복잡하다고 느낀 나머지 개입하지도 외면하지도 못했다.
어정쩡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였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엔 그 반대가 됐다.
외교 분야는 성공적이란 평가다.
테러를 공동의 적으로 규정하고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국제 사회의 합의를 무리없이 이끌어 냈다.
그의 합리적이지만 단호한 모습은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에 반해 국내 문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를 되살리려고 온갖 힘을 다해 보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기업감세 문제만 해도 그렇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과 힘겨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올 11월 실시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문제를 집중 거론해 "부시 흔들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금 부시 대통령에겐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
국내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할 경우 지금의 높은 지지도가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
물론 그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을 가까이 지켜 봤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라크와의 전쟁 이후 한때 80%를 넘는 지지도를 자랑했던 그의 부친은 재선에서 빌 클린턴이란 그 당시 잘 알려지지도 않은 무명의 민주당 후보에 고배를 마셨다.
경제문제에 발목이 잡혀 그 높은 인기가 차츰 사그라드는 아픔을 맛본 것이다.
세금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결국 재임중 세금을 올렸던 과오가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원인이 유사하면 그 결과도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이 바로 역사이다.
또 원인과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그 전철(前轍)을 되풀이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의미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분명 만만치 않은 3년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국내 문제와 외교 문제가 1년 만에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듯이,현재의 높은 지지도 한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정리=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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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The difference a year makes"라는 컬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