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no@lgchem.co.kr 월드컵이 5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온 나라에 월드컵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광고,경품을 내건 프로모션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축구장 한번 가본 적이 없는 꼬마들도 16강 진출이 올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한다. 마치 전국민이 ''붉은 악마''가 된 것 같다. 한국의 선전을 기원하고 16강 진출을 소망하는 건 월드컵 개최국 국민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자세일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우려하는 점은 16강 진출에 대한 ''근거없는 기대''와 ''대의명분의 실종''이다. 신문 방송 할것없이 모든 매체에서 ''16강 시나리오''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1승1무1패로 16강 진출한다''다. 그러면 과연 한국의 상대팀들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조 추첨 당시 한국과 같은 팀으로 확정되자 세 팀 모두 16강 진출을 확신하며 축제 분위기였다는 사실은 세계 축구계에서 우리나라 축구의 현위치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한·일 양국이 실시한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자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25% 정도라고 답한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상대보다 어려운 팀과 대적함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이상이 16강 진출에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의 자신감을 높이 평가해야 할지,아니면 객관적인 전력 평가와는 상관없이 결과에만 집착하는 무모함을 탓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기는게 당연한 것처럼 떠들다 한순간에 "처음부터 우리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고 말을 바꾸는 무책임과 참패 후 잇단 감독 경질을 숱하게 보아왔다. 이제는 그런 근거없는 기대와 입방정으로 선수들에게 16강 진출의 족쇄를 채워서는 안된다. 16강에 대한 기대만큼 과연 내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단언컨대 16강 진출이 월드컵 개최의 대의명분이 될 수는 없다. 자,이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월드컵이라는 기회를 통해 외국의 선진 축구를 한수 배우고 경기가 끝났을 때 승패와는 관계없이 "우리 팀 잘 싸웠노라!"고 등을 두드려 주는 일이 남아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축구뿐 아니라 기업경영 정치 등 우리 사회 전분야에 만연돼 있는 막연한 기대나 세몰이,여론몰이식 관행들을 타파하고 철저한 분석과 과학적 데이터에 입각해 새롭게 틀을 짜는 합리적 메커니즘으로의 전환이다. 데이터상으로 보면 한국은 월드컵에 5번 출전했지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물론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경기 당일 상대팀 컨디션의 난조 등 우리 팀에 유리한 여러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16강 진출이 얼마나 높고 오르기 힘든 산이라는 걸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