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지나친 소매금융 선호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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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년전에 비해 41조원 이상 늘어난 1백28조3천6백24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은행대출의 50%를 넘었다.
그중에서도 국민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들의 경우 가계대출 비중이 60% 이상이며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주력하던 은행들도 40%에 육박했다.
올해도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을 34조원 이상 늘릴 계획인데 비해 대기업 대출은 오히려 2조5천억원 정도 줄일 예정이어서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의 불균형은 당분간 더 심해질 전망이다.
물론 가계대출 급증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은행들이 위험부담이 적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가계대출, 그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한 탓이 크지만 설비투자 축소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줄어든데다 직접금융을 통한 기업자금조달이 늘어난 영향도 없지 않다.
또한 소매금융 편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과거에 의도적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한데 대한 정상화일 뿐이며,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서도 어느정도의 소매금융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소매금융 편중이 너무 지나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계부채가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부동산경기마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리고 있어,자칫 부동산 거품붕괴로 인해 경제가 장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홍콩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외국투자은행들의 경고는 귀담아 들을만 하다.
금융연구원도 재경부에 제출한 연구자료에서 가계부채가 올해말 4백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채까지 합하면 가계빚은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개인신용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부동산담보 위주의 대출관행이 여전한 우리 현실에서 부동산값이 폭락할 경우 거액의 부실채권 발생으로 인한 심각한 신용경색과 기업 연쇄도산이 은행권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가지 유의할 대목은 시중은행들이 계속 기업금융을 외면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은행 영업기반이 취약해진다는 점이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제때 구하지 못해 우리 경제의 생산·수출·고용사정이 악화될 경우 은행들도 가계대출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고 유망 중소기업 발굴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