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백전백패하는 한국 협상이다. 정부 내에서는 협상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나마도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실무책임자가 잇따라 바뀌는 일도 되풀이 된다. 어물쩡 넘어간 한두줄의 계약조항 때문에 수천억원의 손실보전금이 추가 투입되는가 하면 부실채권은 적정 가격조차 모른채 국제시장에 무더기로 팔려간다. 외환위기 직후의 외채협상에서부터 난항을 거듭해 온 대우차와 제일은행, 현투증권 매각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쌍끌이 협상에서 시작해 꽁치분쟁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협상은 사례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협상의 실종이다. 미국계 네이버스 컨소시엄과의 한보철강 매각 협상 사례처럼 최후의 요구였던 세금감면 혜택까지 약속하고도 일방적인 포기선언을 들어야 하는, 말 그대로 수모를 겪는 사례도 쌓여가는 중이다. 1년반을 매달렸던 현투증권 매각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헐값 매각보다는 중도포기한 것이 잘한 일"이라는 엉뚱한 주장을 고위 당국자가 내놓을 만큼 한국 협상은 깊은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다. 한.중 마늘협상에서부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등 통상 협상까지 포함하면 협상불모지는 끝없이 펼쳐져 있다. 대우자동차등 남아 있는 부실기업 처리가 과연 종착역엔 도달할 것인지마저 두려워지는 상황이다. 민간 전문가를 과감하게 활용하고, 협상파트너를 정확하게 선정하며, 시한에 쫓기지 말고,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 놓는 협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들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