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개혁 남은 과제들 .. 李斗遠 <연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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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경제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겪었던 분야는 아마도 금융분야일 것이다.
특히 은행산업의 경우 경제위기 이전에 비해 그 수에 있어서는 약 30%가,그리고 전체 인력 면에 있어서는 약 40%가 감축되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감내했다.
또한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을 큰 폭으로 낮추고,BIS 비율을 10% 이상으로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제 국내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우리의 경쟁상대인 대만이나 이웃 나라 일본보다 낮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외국의 유명 신용평가회사가 국내 주요 은행들의 신용을 상향시켰는가 하면,국내 증시에서도 은행주가 차츰 그 인기를 회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산업의 체질개선은 환영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에 자족해 한국의 금융산업이 구조조정에 성공했다고 단언하는 것은 과언 아니면 무책임한 낙관론이 될 수 있다.
보다 엄격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은행들은 이제 겨우 과거부터 누적된 각종 부실을 제거한 것에 불과하지,아직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앞으로 행해야 할 구조조정의 과제들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은행의 민영화와 더불어 진정한 의미의 자율경영을 확립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국유화된 은행들을 다시 민간의 소유로 넘기는 작업과 이를 통해 자율경영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재벌 또는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허용 여부를 이제는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금융권의 두번째 과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형화하고 겸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제 초대형 은행이 탄생했다고 하나 아직은 세계 50위권 정도이며,그나마 나머지 금융기관들은 세계적인 기준에 비추어 그 규모가 턱없이 작은 형편이다.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겸업화에 이미 들어서고 있는 이 때에 한국의 금융기관들만 전업화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관점에서 보아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겸업화와 더불어 또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이다.
만일 은행 보험 증권간에 겸업이 허용될 경우 현실적으로 대부분 재벌 소유인 보험회사들이 은행영업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업 진출이 어느 정도 허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번째 과제로는 은행수익구조의 개선을 들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아직 한국의 은행들은 각종 금융 서비스를 통한 수수료 수입보다는 예대마진차에 의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 과제로는 은행이 기업여신의 창구 역할을 다시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극도로 위험회피자가 된 은행권은 기업여신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반면,상대적으로 가계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려오고 있었다.
이와 같은 대출행태의 변화로 인해 가계의 소비가 늘어 경기를 지탱한 긍정적인 측면은 있으나,이제는 그 같은 긍정적 측면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만약 계속해 가계대출을 증가시킨다면 자칫 가계의 부채비율을 지나치게 높일 위험이 있으며,더욱이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높은 이자의 사금융에 의존해야 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상기한 구조조정 과제들은 이제까지 한국 금융기관들이 해왔던 구조조정과는 그 내용과 성격이 다를 것이다.
즉 부실을 제거하고 인력과 조직을 정비했던 과거의 구조조정과는 달리 보다 전략적이고 전문적인 안목과 지식이 필요한 과업인 것이다.
다행히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이제까지의 노력의 결과로 상당한 체질개선을 이룬 상태다.
이제부터는 이와 같은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마치 본 게임에 임하는 권투선수와 같은 마음으로 보다 경쟁력 있고 내실 있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leedw10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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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