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spam)메일에 대한 네티즌들의 원성이 높아가는 가운데 사법부가 스팸메일 업체의 관행에 쐐기를 박는 판결을 내렸다. 수신거부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는데도 광고메일을 계속 보낸 업체에게 메일 1건당 일정액으로 추산한 배상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에 앞서 정보통신부는 지난 17일 "스팸메일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e메일 뿐 아니라 휴대폰과 팩스까지 영역을 넓혀 그동안 권고에 머물렀던 "광고"나 "수신거부"등의 표시를 의무화했다. 이 의무를 위반하는 업체에는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그러나 최근 조성되고 있는 "반(反)스팸"정서의 획일성에 대해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영세한 소호들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소호 김정수씨는 "청소년에 대한 음란 메일은 스팸 이전에 그 자체로도 청소년보호법 위반"이라며 "소호사업자들의 단순한 광고 메일을 이런 불법적 내용과 동일시해 스팸이라고 몰아 붙이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음을 비롯한 대형 포털 업체들과 e메일 마케팅 업체들이 구성한 "e메일환경개선협의체"에 대해 "대형 e메일 마케팅 업체들이 광고 메일 발송을 독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익단체"라며 "이렇게 되면 영세한 소호들은 설 땅을 잃게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스팸메일 자체에 대한 규제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www.ww.or.kr)"은 정통부 대책이 나온 직후 성명서를 내고 "정의가 애매모호한 음란성.사행성 기준으로 스팸 메일을 규제하기보다 스팸 메일 자체에 대한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시민단체의 규제를 강화하라는 성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날마다 스팸 메일 지우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며 "성명 내용은 모르지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주무부서인 정통부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스팸 메일에 관한 정부 입장을 알려달라"는 e메일 질문에 "사회 전반에 "안티-스팸"정서가 강하지만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며 "화끈한 대책이 구미에 맞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자칫 자생력을 갖춰가고 있는 인터넷 업체들을 고사시키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e메일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소호들과 아침마다 수십개의 스팸 메일을 지워야 하는 네티즌들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책을 내놓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보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스팸 메일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면 이해관계를 떠나 다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