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년반 가량 대다수 기업들은 불황에 시달려야 했다. 매출은 눈에 띄게 줄었고 대대적으로 감원해야 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올해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리콘밸리에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5위권에 드는 벤처캐피털인 레드포인트 벤처스의 존 왈레츠카 파트너는 "올해말부터는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올해도 한달에 한건 이상씩 신생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T(정보기술) 전문 홍보대행사인 호프만에이전시의 루 호프만 사장은 "미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기술혁신이 꾸준히 이뤄졌고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투자 규모는 벤처 투자가 과열되기 직전인 지난 98년 실적보다 많았다"고 덧붙였다.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리버스톤 네트웍스의 로멀러스 페레이라 사장은 "지난 2년동안 생산한 물량이 7년간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을 만큼 과잉생산이 이뤄졌지만 재고 정리가 빠른 속도로 마무리되고 있어 2.4분기부터는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산호제이주립대학교 조사정책연구소(SPRI)가 발표하는 "실리콘밸리 소비자신뢰조사". 이 연구소가 지난해말 1천명의 실리콘밸리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절반을 웃도는 5백36명이 올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악화될 것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78명에 그쳤다. SPRI 필립 트라운스틴 소장은 "이번 조사에서 실리콘밸리 주민들은 경제 회복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경기 낙관론은 1년이상 치솟기만 하던 실리콘밸리 실업률이 작년말 하락세로 돌아선 사실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실리콘밸리 실업률은 6.0%로 전월의 6.1%에 비해 소폭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중 미국 실업률이 5.6%에서 5.8%로 높아진 것에 비하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먹구름이 걷힌 것은 아니다. SPRI의 조사에서 올해도 실리콘밸리 실업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 사람은 3백10명으로 하락을 점친 2백84명보다 많았다. 또 앞으로 3개월간 의복 구입,외식,영화관람 등에 대한 지출을 늘리겠다는 사람은 1백5명에 불과한 반면 줄이겠다는 사람은 4백8명에 달했다. 경기가 좋아져도 과거와 같은 "좋은 시절"은 오지 않을 것이므로 "구두쇠"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