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년기획으로 SBS에서 방영한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서구화돼 가고 있는 우리 식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육식은 해롭다''고 주장한 것은 지나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보다 육식을 많이 하는 서구인의 시각에서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록 한국인의 육류 섭취가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육류 섭취가 부족한게 우리의 현실이다. 영양학자들이 권고하는 최적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섭취비율은 65대 15대 20이다. 그런데 서구인은 지나친 육식으로 하루 필요한 열량중 45∼50%를 지방으로 섭취하고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에 방영된 내용처럼 한국인에게 더 많은 채식을 하라고 강요한다면 골다공증 빈혈 영양결핍성간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육류는 지방질도 많지만 단백질과 무기질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박혜영 가천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가 채식만 하면 히스티딘 메치오닌 등의 필수아미노산이 결핍돼 발육부진 지능발달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신한 여성의 단백질 하루 섭취 권장량은 75g으로 그렇지 않은 여성의 7배나 된다"며 "임산부가 충분하게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빈혈 임신중독증에 걸리기 쉽고 산후 회복이 늦어지고 모유분비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과음하는 사람들은 간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등심이나 살코기 같은 양질의 고단백 식품 섭취가 필수적이다. 물론 콩도 식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긴 하지만 육류와 같은 역할을 모두 대신할 수는 없다. 우유를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골다공증을 촉진한다는 주장도 서구적인 시각이다. 허갑범 연세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육류(단백질)를 과잉 섭취하면 혈액과 소변이 산성화되고 이를 중성화시키기 위해 뼛속의 칼슘이 빠져 나오게 마련"이라며 "카제인(우유 단백질)도 예외는 아니지만 한국인은 육류 섭취량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골다공증 예방에 우유 섭취가 권장된다"고 말했다. 서구인은 육류를 많이 먹고 우유도 매일 1천㎖ 정도 먹기 때문에 단백질이 과잉 섭취되지만 한국인은 육류 섭취가 아직은 적절하거나 모자라기 때문에 매일 2백∼4백㎖씩 먹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특히 어려서부터 채식에 익숙해져 있어 육식을 기피해 온 60대 이후 연령층이나 농어촌 주민에게는 적절한 육류와 유제품 섭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식을 1백번 이상 씹으면 항암작용과 소화기능에 도움을 준다는 논리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침에는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디아스타제라는 효소가 있지만 인체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은 담즙 췌장액 위액 장액 등 다양하고 타액이 소화기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다량의 타액은 염증 위궤양을 완화시키고 항암작용을 하며 복부 팽만을 일으키는 가스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은 인정되지만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볼 때 20∼30번만 씹어도 소화 등 기본적인 기능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