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평가기관 주도에서 정부 주도로의 전환" 이것은 산업자원부의 새로운(?) 평가철학이다. 어쨌든 기업·대학·연구소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산자부가 산업기술개발을 지원할 목적으로 확보한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예산의 향방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정부주도''의 평가라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어떤 기술개발과제를 추진할지,또 누가 이를 수행할지를 선정하는 문제를 놓고 볼 때 두가지가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전문평가기관이 7천3백명이라는 민간전문가 풀에서 분야별로 필요한 인원만을 뽑아 임시위원회를 구성했고,일이 끝나면 해체했다. 그러던 것을 산자부가 ''상설''평가위원회를 구성, 위원중 20%는 관(官)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정부주도를 더욱 명확히 해준다. 주요 사업별로 산자부가 사실상 운영하는 조정위원회를 상설평가위원회 위에다 설치, 평가결과를 실질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전문평가기관의 역할은 축소하고 민간전문가보다 공무원의 평가영향력을 극대화한 것이 정부주도의 평가인 셈이다. 이를 두고 산자부는 평가의 전문성(기술성 및 사업성 판단) 만큼이나 정책성(정책적 판단)이 필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정책이 있었기에 사업이 나왔다면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종전의 평가체계는 그래도 로비 여지를 배제하고 공정성을 높인다는 목적이 강했다. 예산규모가 커지고 지원하는 사업자가 많아질수록 더욱 중요한 공정성이 앞으로는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까. 노출된 민간위원들이 로비의 대상이 될 것은 뻔한 일이고,설사 여기서 실패하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공무원의 ''정책적 판단''에 기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업예산이 지금의 1% 정도에 불과했던 지난 80년대 후반의 평가철학이 다시 등장하게 된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산자부의 특정부서와 인력이 전문평가기관의 그것과 그토록 호환성이 높다면 둘 중 하나는 없어도 될 일 아닐까. 안현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