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소중한 동생이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그래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부디 용서해줘,정말 후회가 커.미안하단 말밖에 할 말이 없구나." "오늘 널 보내는 맘을 하늘도 아는지 눈물처럼 비가 내리는구나." 마치 부모나 형제를 떠나보낸 추모글 같지만 사실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애완동물을 애도하는 글들이다. 이제 애완동물은 우리 안방 깊숙히 들어와 한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다. 사람보다 더 비싼 식품을 먹고,미용실을 드나들며 몸매를 관리하고,"결혼"도 혈통과 계보를 따져 시킨다. 어디 그뿐인가. 사고나 사망에 대비해 보험을 들고,질병에 시달리면 안락사까지도 받는다. 이만하면 "오뉴월 개팔자"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같은 세태를 반영하듯,애완동물 사이트가 수없이 만들어 지고 인터넷 방송국도 개설됐다. 동물병원이 호황을 누리고 애견카페도 여러 곳에서 성업중이다. 백화점과 할인매장들은 옷 악세서리 먹이 놀이기구 등을 파는 특별코너를 경쟁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이런 붐을 타고 애완동물 시장규모는 연간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에서 애완동물이 큰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불과 10년 안팎으로 지금은 3백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종류도 수백가지로 다양해 개 고양이 이외에도 열대어 뱀 오리 토끼 새 악어 민물가재 청거북 장수풍뎅이 이구아나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미국의 경우는 10가구중 6가구가 애완동물을 기르며 관련 사업규모도 1백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성장한 자녀들이 학교나 결혼 등으로 집을 떠나면 그 외로움과 소외감을 애완동물로 달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풀 때도 남편보다는 애완동물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실험이 TV를 통해 방영된다.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며 공공 도서관에서 개를 기르기도 한다. 또 알콜이나 마약중독자 치료에 애완동물이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머지않아 우리도 미국의 추세를 쫓아갈지 모른다. 그렇다고 인간소외의 불안감을 애완동물에서 해소하려 해서는 안될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