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쌀 농업은 수급 상황과 국제 여건을 볼 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수급 면에서는 이미 구조적인 초과 공급 상태에 들어섰다. 공급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매년 줄어든 결과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천8백30만섬. 전년 3천6백74만섬에 비해 4.2% 늘었고 1996년 3천6백96만섬에 비해서도 1백만섬 이상 증가했다. 민간 부문에서 수입하는 물량도 95년 35만섬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엔 72만섬으로 늘었고 오는 2004년엔 1백43만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1인당 쌀 소비량은 80년 1백32.4㎏에서 90년 1백19.6㎏, 2000년 93.6㎏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지난해부터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 분석으로는 현재 상태가 계속될 경우 매년 3백만∼4백만섬이 재고로 남는다. 정부가 농가소득 보장 차원에서 정부수매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매가와 시장가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매가와 산지가를 비교해 보면 98년엔 각각 14만5천5백80원과 14만7천3백97원이었으나 지난해엔 16만7천7백20원과 15만57원으로 수매가가 산지가보다 12% 가량 비싼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가 수매한 쌀도 잘 팔리지 않아 양곡특별회계는 적자폭이 커져만 가고 있다. 수매 자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한국은행에서 빌리는 자금의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양특회계의 차입금은 99년 3천7백억원에서 2000년 4천1백억원, 2001년 5천9백억원으로 증가했다. 국산 쌀의 가격경쟁력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국내산 가격은 t당 1천6백19달러에 달하지만 미국산은 17%에 불과한 2백76달러, 중국산은 2백66달러에 불과하다. 오는 2004년으로 예정된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에서 시장 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본이 99년 쌀을 관세화(수입 자유화)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 때 일본과 공조했던 것과는 달리 단독 협상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