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통신委의 밀실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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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0시 광화문 정보통신부 11층 통신위원회 회의실.이날 열린 통신위에선 KT와 유선전화 사업자간 접속료및 가입자선로 이용 대가와 이동전화 번호 이동성 도입시기등 업체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 의제로 올랐다.
같은 시간 13층 기자실엔 양승택 정통부 장관이 주요 실·국장을 배석시킨 채 ''글로벌 IT 코리아''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정통부는 장관의 기자회견 사실은 알린 반면 통신위 개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더구나 정통부와 통신위는 회의가 끝난 후에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개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찾아간 기자에게 "오늘 회의 결과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는 한마디였다. 업체간 이해관계가 갈려 발표해봤자 좋을게 없다는 판단 때문인 듯 싶었다.
하지만 KT가 통신위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정통부와 통신위 체면은 구겨졌다.
통신위는 KT의 발표내용에 대해 "이미 정통부가 발표한 내용이라 별도로 공개할 이유가 없었다"는 궁색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통신위는 이날 통신업체들이 지난해 부과받은 과징금을 서비스 비용의 일부로 회계처리를 했다는 사실을 적발해 회사별로 5백만∼2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결정도 내렸다.
정통부와 통신위는 물론 이런 안건이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공개하지 않았다.
통신위는 정통부 장관의 자문기구로 통신업체에 부과하는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등 적지 않은 권한을 갖고 있다.
자문기구지만 장관이 위원회 결정 사항을 마음대로 바꾸기 어려워 통신업계로선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이다.
법적 근거를 가진 조직이 정통부 눈치를 봐 안건조차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연방통신위(FCC)가 법적인 권한을 활용해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통신위의 권한은 통신위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21일 열린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정통부가 이미 확정해 언론에 발표한 사안을 회의 안건으로 채택하는 등 통신위원회를 의례적 통과기구로 전락시켰다"고 반발한 것은 그나마 통신위 미래에 한줄기 빛을 던져주고 있다.
김남국 산업부 IT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