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하느님과의 연결고리"..이제민 신부 신학에세이 '그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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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신학자 이제민 신부(구암동성당)가 자전적 신학 에세이 "그분처럼 말하고 싶다"(생활성서,6천원)를 펴냈다.
이 책에는 신학의 근본부터 신앙의 길,신부가 되기까지의 과정,하느님의 진정한 사랑 등 폭넓은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신학을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현실과 동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도록 해주는 학문"이라고 정의하며 "학문으로 체계화할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 체험이 바로 신학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신학이 이루어지는 무대''라는 것이다.
그는 딴청을 부리는 자식에게 밥 한술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태우는 어머니의 인내심이 사랑이었다는 것,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그 조그만 사건이 자신의 인생을 지금까지 이끌어왔던 ''사랑의 사건''이자 ''신학의 사건''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이처럼 신학은 우리 인생이 평소에는 잘 감지하지 못하는 이런 사건으로 엮어져 있음을 깨우쳐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해방 후 월남한 부모 얘기,삼팔선을 넘기 전 금강산 온정리에서 태어나 전쟁통에 진해까지 내려간 사연,한 가톨릭 가정을 알게 되고 그 덕에 훗날 신부가 된 성장과정도 진솔하게 담겨 있다.
어릴 때부터 말더듬이로 고민했고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도 멋있게 입학 이유를 대지 못하던 순둥이의 내면고백 또한 들어있다.
그에게 신학과 신앙의 방향을 잡아준 스승은 원효와 클라우스였다고 한다.
원효의 화쟁사상은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라는 예수의 복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스위스의 은둔자 클라우스에게서는 일자무식꾼이면서도 세상을 통찰하는 ''신앙의 언어''까지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깨우쳐 준 평범한 신자들''로부터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
뒷부분의 ''살리는 언어와 죽이는 언어''에 관한 내용도 눈길을 끈다.
''갈대가 부러졌다 하여 잘라 버리지 아니하고,심지가 감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 버리지 않으신'' 예수님의 사랑이 곧 ''살리는 언어''의 밭이라는 얘기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