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에 매년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간은 ''비상''이다. 정보통신서비스 품질평가협의회 주관으로 어느 회사 통화품질이 좋은지 시험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사활을 걸고 달려들고,업체간 갈등과 뒷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22일 발표된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누가 최우수냐를 둘러싸고 SK텔레콤과 KTF는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총 1백82개 평가단위 가운데 최우수(Aa)등급은 SK텔레콤이 1백79개,KTF가 1백80개였다. 협의회 임승택 의장은 "사용자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서울의 1개구와 수백명인 오지에 동일한 가중치가 부여되고 있다"며 "평가결과를 놓고 순위를 매기면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평가 결과는 마케팅 전쟁을 일으켰다. KTF는 즉각 ''통화품질 1위''라는 광고를 냈고 SK텔레콤도 신문 광고 등으로 맞불을 놓았다. 현행 이동통신 통화품질 평가는 적잖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측정 결과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평가협의회는 전국 1백80여곳을 골라 거기서 휴대폰이 얼마나 잘 터지느냐를 따진다. 평가장소는 공개하지 않는게 원칙이지만 사실상 공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평가단이 평가를 시작하면 전화가 한꺼번에 수십통씩 걸려와 장소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해당 기지국 출력을 최고로 높인다" 한 이통업체 직원의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결과는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통화품질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5억원에 달하는 평가비용을 통신회사들이 낸다는 것도 문제다. 하고 싶지 않아도 정부유관기관이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내고 있는 것이다. 평가 방법과 장비의 신뢰성에도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민간 소비자단체가 제품의 품질을 평가,이를 공표한다. 정부유관단체가 순위를 매기는 국내와는 큰 차이가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보통신부 스스로가 품질평가를 했다. 기업이 ''또다른 규제''라고 항변하는건 일리가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품질평가를 민간 스스로의 손에 맡겨놓는게 옳다. 김남국 산업부 IT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