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는 명작의 일부들을 발췌해 꾸민 무대다. 종합 선물세트 같아서 장단점이 명확하다.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이지만 대단원을 향해 가는 긴장감을 맛보기가 어렵다. 발레 갈라도 그렇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내한 갈라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했을 때 고전 발레의 하이라이트를 짜깁기해 색다른 모습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던 이유다.지난 9~10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펼쳐진 ABT 갈라는 ‘확실한 한 방’을 선사해줬다. ‘더 나잇 인 뉴욕’이라는 제목을 달고 무대에 등장한 무용수들이 자유로움과 열정으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발레리노들은 단단한 코어 근육을 자랑하며 용수철처럼 뛰어올랐고,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게 착지했다. 격동적으로 춤을 추다가 어느 한순간 정지화면처럼 온몸의 근육을 꽉 조여 멈추는 안무 구성도 신선했다. 하늘하늘, 흐르는 물처럼 움직임을 이어가는 유럽식 발레에 익숙한 발레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안겨준 건 확실해 보였다.백미는 1부의 마지막인 ‘성조기 파드되’였다. 안무가 조지 발란신이 만든 작품으로 높은 저작권료 때문에 국내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양인치고는 작은 두 남녀 무용수가 미국 군가에 맞춰 등장했는데 놀라울 정도의 무대 장악력을 보였다.발레리노 제이크 록샌더는 갈라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개척자 정신을 담고 있는 뉴욕이란 도시를 발레로 전달하는 데 사력을 다했다. 윙크와 깜찍한 경례 같은 무대 매너와 함께 힘찬 도약과 손끝 발끝까지 터져나가는 에너지를 모두 보여줬다. 마치 발에 스프링이 달린 듯한 모양새로 군가의 박자를 가
내년 2월 2~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프리 드 로잔’(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본선에 한국 학생 14명이 올랐다. 본선에서 경쟁을 치르는 전체 무용수(86명)의 16%가 넘는다.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 한국보다 많은 본선 진출자를 배출한 나라는 미국(17명)이 유일하다. 일본에서는 13명이 본선에 참여한다.프리 드 로잔 조직위원회는 비디오 심사를 통해 선발한 본선 진출자를 11일 공개했다. 본선 명단에는 이름과 나이, 국적, 학교 등이 영어로 적혀 있다. 콩쿠르 참가 연령은 만 15~19세다. 한국 학생 14명 가운데 본선 진출자가 가장 많은 학교는 선화학교였다. 중학생 3명과 고등학생 4명 등 모두 7명이 뽑혔다. 서울예고와 계원예고에서 각각 3명, 부산예고도 1명이 진출했다. 여성 무용수는 10명, 남성 무용수는 4명이다.본선 진출자 가운데 20여 명이 파이널 리스트(결선 진출자)로 선정되며 이 중에서 우승자가 가려진다. 우승자는 많게는 8명까지 선정된다. 최종 우승자는 세계 유스 발레단에 견습단원으로 입단하거나 명문 발레학교에서 수학할 기회를 얻는다.한국인 최초로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한 사람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1985년)이다.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인 서희,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박세은 등의 발레 스타들도 이 콩쿠르를 거쳐 갔다.이해원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주최한 KNSO국제지휘콩쿠르에서 독일의 시몬 에델만(사진)이 우승했다.11일 국립심포니는 전날 열린 제2회 KNSO국제지휘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에델만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언 실즈(미국)와 오스틴 알렉산더 차누(미국)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특별상과 관객상은 각각 알렉산더 차누와 에델만에게 돌아갔다.우승을 거머쥔 에델만은 결선 무대에서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중 3악장, 드뷔시의 ‘바다’ 중 1악장을 지휘했다. 그는 현재 포그틀란트 필하모닉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1년 안탈 도라티 국제지휘콩쿠르, 2024년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 국제지휘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지휘자로서 입지를 다졌다.에델만은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와 작업할 수 있어 가장 기뻤고,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며 “훌륭한 지휘자로 기억되는 것보다 내가 연주한 음악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심사위원장 다비트 라일란트는 그에 대해 “능숙하고 노련한 지휘자”라며 “오케스트라에 대한 뛰어난 이해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으로는 국립심포니 예술감독인 라일란트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콜린 메터스(영국 로열아카데미 지휘자 과정 설립자), 커티스 스튜어트(작곡가, 전 그래미상 수상자), 미하엘 베커(뒤셀도르프 톤할레 대표) 등 각계 전문가 9명이 참여했다.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1000만원(세아이운형문화재단 후원)이며, 특별상은 각각 400만원(코리아타임스 후원)이다. 수상자들은 국립심포니, 예술의전당, 경기필하모닉 등의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