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냐, 질병치료냐 .. '줄기세포' 논란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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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연구로 6천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올리겠다"(과학기술부)
"연구보다 생명윤리법 제정이 우선돼야 한다"(참여연대)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시민단체와 정책당국간의 논쟁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놓고 지난해 격화됐던 논란이 다시 한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5개 줄기세포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40여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생명윤리법 제정을 촉구하며 격렬히 반발했었다.
제2라운드 논쟁의 불씨는 과학기술부가 지폈다.
과기부는 지난 15일 국가전략 핵심기술 육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에 ''세포응용 연구(줄기세포 연구) 개발사업''을 포함시키면서 향후 10년간 총 1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세포의 분화 및 발생기전을 응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힘을 쏟을 경우 세포손상에서 초래되는 당뇨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의 치료기술 개발을 통해 6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밋빛 손익계산서''도 첨부했다.
과기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는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지난 18일 "생명윤리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은 법 제정 취지와 배치된다"는 반대성명을 내고 "앞으로 제정될 생명윤리법을 빈껍데기로 만들려는 기도"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과기부가 추진하는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공모는 오는 6월로 예정돼 있는데 생명윤리법에 대한 국회 심의는 9월에나 이뤄질까 말까한 상황"이라며 ''국민 기만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기부는 이에 대해 지난 19일 이례적으로 세포응용 연구개발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는 자료까지 발표하며 "인간의 질병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연구를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이 자료에서 과기부는 "세계적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초기 단계이고 한국이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선진국에서도 아직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생명윤리법을 한국이 성급하게 제정하는 것은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단 선진국 상황을 지켜 보면서 연구를 계속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부의 이런 논리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반박논평을 내고 "논란의 핵심은 과기부의 생명윤리법 입법의지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며 "개발사업 추진에 앞서 생명윤리법의 추진일정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경근.안재석 기자 cho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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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세포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심장 간 폐 등 장기(臟器)로 분화하기 직전 단계의 세포를 일컫는 말.
줄기세포는 인간의 특정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컨대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자신의 체세포를 활용해 줄기세포를 복제하면 거부반응이 전혀 없는 장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이처럼 줄기세포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세포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큰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