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서류에 출신대학을 써넣든 말든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지난 22일 진념 경제부총리와 한완상 교육부총리간 설전을 벌였던 ''학력기재폐지문제''에 대해 당사자인 기업들은 대부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채용은 인사의 핵심이며 인사는 기업경영의 요체인데 이를 놓고 장관들이 다투는 것은 후진국적 ''난센스''라는 얘기다. LG상사 관계자는 "인력 충원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의 고유권한"이라며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모비스 모 이사는 "정부가 지방대 출신들을 많이 뽑으라고 독려해 보지만 이같은 시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벌 무용론이 확대되면 자칫 인력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관계자는 "몇년전부터 학력보다는 개인의 개성이나 장점을 심사에 많이 반영해왔다"면서도 "일률적으로 학력란을 없애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학계도 대체로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정한 인사 관리를 통해 학연과 지연의 연결고리를 끊을 생각을 해야지 입사서류에서 학력란을 인위적으로 삭제하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력란을 없앤다해도 학력 정보는 기업 채용에 중요한만큼 기업들이 다른 방법을 통해 알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렬 한국외대 교수도 "학력은 노동생산성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중요한 채용기준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며 "채용정보가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사서류에 무조건 학력란을 없앤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학력란 폐지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L교수는 "일류대를 나왔다는 것만으로 부당한 특혜를 받는 비합리적인 사회에선 이같은 비합리적인 극약처방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일훈.이방실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