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외국인 수용소에 억류중인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단식농성과 자해행위가 다른 수용소로 확산되고 야당이 유엔의 개입을 요청하는 등 난민사태가 자칫 국제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빅토리아주 주도 멜버른의 마리비르농 난민센터에 수용된 외국인 35명은 8일째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우메라 수용소 난민들에 동조, 22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고현지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난민지원단체의 주디 맥베이 대변인은 "대부분 남성인 마리비르농 억류자들이 이날 오전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들은 동물보다 못한 수용소 처우에 항의해마지막 수단으로 극단적 행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비자 관련 법률위반 혐의로 강제 억류된 이들 외국인은 수용소에서 의복과 서적, 필기구 소지가 엄격히 제한되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데 불만을 품어오다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단식농성 소식을 듣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州) 주도 애들레이드 북방 475㎞의 우메라 수용소는 23일에도 난민 62명이 입을 꿰맨 채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모두 202명이 단식농성을하고 있으며 일부 농성자는 독성물질을 삼킨 뒤 심한 통증을 호소해 7명이 병원으로실려갔다. 특히 단식농성자 가운데 36명이 어린이로 확인되고, 입을 꿰맨 62명 중에도 어린이가 18명이나 포함돼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부모가 보는 앞에서 강제로 입이 꿰매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필립 루독 이민장관은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아프간 어린이 8명을 수용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명령했으며 어린이 학대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민부의 한 대변인은 "농성자 21명이 22일 밤 자해행위를 시도해 7명이 입원했다"고만 밝히고 독성물질을 삼켰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한 여성 억류자는 이날 ABC 라디오 방송과 회견에서 "수용소 난민 45명이 비자신청이 거부된 사실을 알고 갑자기 샴푸나 세제를 먹었다. 입원자는 모두 성인이다"고 증언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과 자해행위, 어린이 학대 등이알려지면서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이민부의 강경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루독 이민장관의 고위 보좌관인 네빌 로치는 이날 정부의 난민 정책에 항의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슬픔 속에서 호주 다(多) 문화 위원회 위원장에서 사퇴한다"며 "정부는 망명신청자 문제에 너무 경직돼 있다"고 비난했다. 호주 인권위원회(HRC)를 비롯한 민간 단체들도 정부의 난민정책을 공개적으로 성토하고 나섰으며 집권 자유당 의원 4명도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고 ABC라디오 방송이 전했다. 야당인 호주 민주당은 23일 우메라 수용소에 대한 감독권을 유엔이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집권 자유당 당원인 그렉 반즈는 "난민정책과 관련 현재 상황을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자유당 내부에서 팽배해지고 있다"며 " 양심적인 의원 4명이 기존의 입장을 재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