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산업은행과 한빛은행은 똑같은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로부터 대출청탁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 전 전무가 보물선 발굴업체인 신화건설에 대출을 해주라고 산업과 한빛은행에 압력을 넣은 혐의가 있다''는 특별검사팀의 전날 브리핑 내용에 대한 해명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사태까지 합치면 ''이용호·윤태식 게이트''의 특검수사 결과와 관련해 세번째 구설수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가 이용호 게이트의 참고인으로 검찰에 불려갔었고,이달 초에는 벤처투자 담당실무자 2명이 윤태식 게이트와 관련된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최근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던 산은은 이날 ''호떡집에 불난 것''같은 모습이었다. 정 총재는 "누군가 음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철저히 조사했지만 청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책은행이라는 점 때문에 각종 청탁이 많을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확실한 증거없이 혐의사실을 흘리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빛은행 역시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라는 점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출청탁과 그 압력에 굴복한 부정대출이 있었는지 여부는 특검팀의 수사결과에 따라 최종 판가름날 일이지만,때마다 자신들의 이름이 거론되는데 대해 이들 은행이 억울해 하는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금융비리나 대출압력 등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왜 이들 은행이 우선 지목되고 있는지를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산업은행은 대표적인 국책은행이다. 각종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만큼 이권개입의 여지가 많다. 그만큼 평소 몸가짐이 중요하다. 요즘 산업은행 본점은 온갖 거래업체에서 보내온 ''난''으로 가득하다. 최근 인사가 단행된 뒤 거래업체들이 대상자들에게 보내온 축하선물이다. 그동안 업체들 위에서 군림해 온 산은의 위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만하다. 오해받고 있다고 불평하기보다는 난의 향기만큼 청량한 몸가짐을 다짐해야 할 때다. 김준현 경제부 금융팀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