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투신권의 간접투자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관 매수 여력이 증가했다. 매물 부담도 사라졌다.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마무리짓고 순매수로 돌아섰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수급 개선은 20일 이동평균선이 강력한 지지력을 발휘하면서 효력을 더했고 조정국면 탈출을 주도했다. 아울러 경기회복 기대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합지수가 상승갭을 만들며 전고점인 751선을 넘어섬에 따라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심리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는 데다 수급여건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어 고점 높이기를 시도할 전망이다. 다만 주변주로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고 엔화 약세,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승 공간은 넓지 않아 보인다. 금요일 증시는 그린스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증언과 반응, 시장베이시스의 콘탱고 유지 여부, 반도체 가격, 주도주 동향 등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 기관·외인, "협조" = 수급과 심리가 펀더멘털을 앞섰다. 기관이 이틀 연속 매수주체로 떠오르며 장을 주도했고 ''돌아온'' 외국인도 매수 규모를 확대했다. 기관 매수는 프로그램 매수에 의존한 것이기는 했지만 프로그램 매수중 선물과 무관한 비차익거래가 2,000억원이 넘었다는 점에서 연속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매를 가늠할 수 있는 현선물격차인 시장베이시스가 이틀째 콘탱고를 유지하며 마감, 기관 매수세 연장이 점쳐진다. 외국인은 은행, 증권 등 금융주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고 삼성전자 비중 축소가 일단락된 점이 긍정적이다. 다만 기관이나 외국인 모두 가격부담을 떨치고 강력한 매수주체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국인 매수는 달러/엔, 달러/원 환율과 뉴욕증시의 불안정한 흐름에 따라, 기관은 선물시장 움직임에 얽매일 공산이 크다. 2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5.09포인트, 2.03% 높은 757.71에 거래를 마쳐 지난 2000년 7월 21일 783.06 이래 18개월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며 장 후반 동시호가에서 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75.01로 0.02포인트, 0.03% 하락했다. ◆ 주변주로 매기 이동 = 증시가 에너지를 폭발하며 매물대와 전고점을 가볍게 넘어서자 시장에서는 종합지수가 짧은 조정을 마치고 대세상승의 초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증시는 그러나 상승 엔진을 재가동하기에 앞서 체력 비축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모멘텀으로 작용할 경제지표가 다음주에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오는 데다 급등에 따른 경계감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반도체, 은행 등 주도주 탄력이 둔화된 점도 부담이다. 이날 거래소에서는 상한가 34개 포함 517종목이 올랐다. 주도주가 차익매물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증권, 유통, 운송 등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몇몇 업종이 이끌던 지난 랠리와 달리 소외됐던 주변주로 매기가 확산, 이격 좁히기 과정이 전개되고 있는 것. 종목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수익률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매기가 분산되면서 반도체와 은행이 조정국면에 접어들 경우 저가매수의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주도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한편 지수보다는 종목 위주로 접근, 빠른 순환매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수 관련주는 최근 유통주식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데다 개별주식 옵션 상장을 앞둔 선취매에 힘입어 단단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이 선호하는 중저가 대형주도 노려볼 만 하다. 현대증권은 대우조선, LG투자증권, 조흥은행, 남해화학, 외환은행, INI스틸, 대신증권, LGCI, 코리아써키트, 삼성중공업, 제일모직 등을 기관 선호 유망주로 꼽았다. ◆ 뉴욕 훈풍 이어지나 = 이날 고점 경신의 동력은 뉴욕 증시가 제공했다. 최근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며 국내 증시의 운신폭을 제한하던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반등, 매수 손길을 재촉했다. 12월 북미 반도체 장비 주문출하비율(BB율)이 넉달째 개선된 것으로 집계된 데 이어 노벨러스 시스템은 기대를 웃도는 수익을 발표했다. 아울러 J.P.모건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반도체장비업체 투자등급 상향조정했다. 최근 뉴욕과 국내 증시의 상관관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외국인 매매가 뉴욕 증시 등락과 궤를 같이할 공산이 큰 점을 감안할 때 반등세를 이어갈 지 관심이다. 목요일 뉴욕에서는 JDS유니페이스, 퀄컴, 이스트만코닥, 하니웰, 맥도날드, EMC, 다우존스, EMC 등이 지난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국내 증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은 가운데 시장은 그린스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에 쏠려 있다. 그린스팬퓽揚?이날 상원 예상위원회에 출석, 경기와 관련해 증언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11일 올해 첫 강연에서 실업과 소비를 들어 미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여전히 심대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 연초 랠리를 마무리짓게 했다. 그린스팬 의장이 이번 증언에서는 긍정적인 발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번 발언으로 과민반응이 나타난 데다 소비자신뢰지수에 이어 경기선행지수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다소나마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