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개별주식 옵션시장이 문을 연다. 소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헤지(위험회피) 및 차익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증권전문가들은 개별주식 옵션시장의 개설로 주가변동에 따른 다양한 헤지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한국증시의 질이 한단계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등 개별옵션 거래대상이 되는 이른바 ''빅7''는 주가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일각에서는 개별주식 옵션시장이 고수익을 가져다 줬던 ''제2의 코스닥시장''이 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물 주식을 매매할 때보다 적은 자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틈새에서 개인들이 고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운 일이다. 옵션은 주가가 오르든지 내리든지 어떤 사람이 이득을 보는 만큼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의 특성을 갖고 있어 대량자금을 한 쪽에만 투자하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개별주식 옵션은 기존의 지수옵션과는 달리 결제를 현금이 아닌 현물 주식으로 하게 돼있어 만기일때 반드시 주식을 사든지 팔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또 급팽창한 파생금융시장이 주식시장을 흔들어 놓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특히 외국인은 이미 개별주식 옵션대상인 7개 종목의 지분을 절반 이상 갖고 있어 전체 시장을 쥐락펴락할수 있는 또 다른 ''무기''를 손에 쥐게 된 셈이라는 점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는 앞으로 외국인.기관 등 ''프로선수''(주도세력)들의 동향을 세밀히 살피는 등 충분한 ''사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개별주식 옵션시장 개설로 발생하는 ''트리플 위칭데이''도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수 선물.옵션 만기일과 개별주식 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3,6,9,12월의 두번째 목요일을 전후해 외국인과 기관, 큰손들이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벌이는 ''승부''의 충격은 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실물결제방식도 만기일 다음날 금요일에 7개종목의 거래량을 크게 늘리는 ''금요일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도 많다.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과 전망 =개별주식 옵션을 매수하거나 매도한 후 청산하지 않은 미결제약정이 많을 경우 만기일 다음날 주가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콜옵션 매도자와 풋옵션 매수자의 경우 만기일 다음날 현물결제를 하려면 해당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콜옵션 매수자가 만기일 이후 권리를 행사할때(주식을 요구할때) 콜옵션 매도자가 계좌에 주식이 없다면 만기일 다음날까지 주식시장에서 현물을 매수해야 한다. 풋옵션 매수자도 풋옵션 매도자에게 주식을 사서 넘겨야 한다. 특히 외국인 한도가 37.22%로 꽉찬 한국통신의 경우 한도를 맞추기 위해 일시적으로 초과되는 부분은 만기일 다음날 처분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실물결제방식도 만기일 다음날 금요일에 7개종목의 거래량을 크게 늘리는 ''금요일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도 많다. 한화증권 박은용 선물영업팀 차장은 "외국에서도 개별주식 옵션이 도입된 뒤 거래량이 증가했다"며 "만기일 직후 일시적 수급불균형으로 급등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시장지배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외국인은 7개 종목에 대해 50% 이상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 등 주식시장과 주가지수 선물옵션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어 주식옵션을 이용한 헤지차원의 시장참여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황정현 연구원은 "특히 최근 선물시장에서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투기적 세력이 트리플위칭데이를 전후해 주식을 팔면서 콜옵션 매도,풋옵션 매수 전략(합성선물 매도포지션)을 구사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은 얼마나 참여할까 =개별주식 옵션시장은 일반 개인투자자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동안 투자자금의 한계로 ''그림의 떡''처럼 여길 수밖에 없었던 대형 고가주를 적은 돈을 들여 매매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정인호 LG투자증권 금융공학팀 연구원은 "차익거래의 경우 큰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큰손을 제외한 개인의 참여는 쉽지 않겠지만 소규모 자금으로 가능한 헤지전략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95년 홍콩거래소의 주식옵션시장은 5년만에 10배 가량 성장했다. 미국의 주식옵션시장도 재작년의 경우 한해동안 전체 옵션거래량 7억주중 6억주를 차지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시장이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때까지는 관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많다. 개장 초기엔 외국인.기관중에서도 ''투기세력''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지수옵션보다 큰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고수들이 ''미끼''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옵션전문트레이더인 김모씨(36)는 "일단 오는 3월말 만기까지 관망하며 시장흐름을 파악한 뒤 6월물을 겨냥해 시장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시스템의 뒷받침이 부족한 점을 들어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균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과장은 "특히 차익거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뒷받침이 충분해야 하지만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이를 완벽하게 지원해줄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