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누더기 세제가 부른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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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환급세액이 1월중 원천징수해야 할 세액을 웃돌아 이달 봉급 때 되돌려주지 못한 국가기관이나 기업체가 한둘이 아닌 모양이다. 일부 직장에서는 누구는 환급해주고 누구는 환급해주지 않는 기준이 뭐냐는 등의 항의가 빗발쳐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는 얘기다.
일찍이 없었던 진풍경이다.
재경부가 작년초에 발표했던 세액조견표에 따라 종업원봉급에서 세금을 뗐는데 왜 이런 꼴이 빚어졌을까.
따지고 보면 원인은 간단하다.
조견표가 발표된 뒤에 신용카드 공제가 확대되고 장기증권저축 세액공제가 신설돼 결과적으로 되돌려줘야할 세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번 일은 누더기가 된 세제가 빚어낸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
재경부는 초과징수액을 국고자금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는 원천징수세액 환급신청이 이달중으로 가능하도록 관련규정을 고치고 있어 늦어도 2월중에는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환급을 해주게 될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생각해볼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 해에도 몇 차례나 뜯어고치는 식의 세제운용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우선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이라는 측면에서 탄력적인 세제운용이 요구되는 때가 있을 수 있다. 또 작년말의 장기증권저축 신설도 그런 차원의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세법손질은 너무 잦았다.
납세자가 이해할 수 있는 간명한 세제의 구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명목세율은 높지만 감면 또한 갖가지인 게 현행 세제다.복잡하고 형평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게 돼있다. 감면을 줄이는 대신 세원을 넓혀 세율을 낮추는 것이 숙제다. 부분적인 잦은 세법개정은 복잡다기한 감면구조-높은 세율을 결과하게 마련이고 결국 세금부담의 불공평을 낳게 된다.
작년 국회에서 법인세율문제가 그랬지만,세제의 근간에 속하는 사안들이 불쑥불쑥 쟁점화되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세금부담 경감을 들고나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왜 그런 일이 빚어지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너무 자주 세제에 땜질을 해왔기 때문에 세제개편을 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일반화된 결과라면 큰 문제다.
땜질식 세제개편은 가능한한 피해야 한다. 간명한 세제,부담의 형평을 위해서도 그렇고 올 1월과 같은 해프닝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