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경 < 메버릭파트너 대표이사 / 경영학 박사 >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려운 고객들을 상대로 소액(1백만∼3백만원)을 고금리(48∼1백30%)로 대출해 주는 소액대출시장 혹은 대금업이라고 알려진 서민금융시장에서 현재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소액대출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일본에서 10위권내의 대금업체인 히타치신판이 1998년말 한국에 진출하면서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사채업자들에 의해 지배되던 서민금융시장이 전국적 지점망 및 체계적 신용평가와 연체관리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형 대금업체들에 의해 빠르게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이어 히타치신판의 자회사인 A&O,프로그레스,해피레이디 등의 눈부신 성공에 자극받아 국내 금고들이 48∼60%의 금리로 사채 대체 상품을 제공하면서 작년 중·하반기에 이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이 시장에서 예상되는 구조적 변화는 첫째로는 대형 일본계 대금업체의 독주이며 둘째로는 금고들의 양극화 현상 및 잠재 부실 위험 증가다. 소액대출시장의 고수익성에 매력을 느낀 외국계 대형 금융기관들이 이 시장에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대금업소는 자본을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현재 지점설치가 제한되어 있고,소액대출시장용 신용평가 및 연체관리 전략이 취약하며,선진경영 마인드나 경험이 부족한 국내 금고들은 거대한 자본,노하우,치밀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기업형 대금업을 전개하는 일본 대금업체들의 상대가 되기에는 너무나 경쟁력이 부족하다. 선진 대형업체들의 시장진입 및 금고들간의 과당경쟁은 대출 이자율 저하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그로 인해 악화된 수익구조 환경하에서 살아남는 업체들은 고객신용평가시스템(CSS) 및 연체관리가 잘 되어 있으며 보다 비용효과적으로 고객관리를 할 수 있는 대형 금융기관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금고들의 경우 철저한 연체관리와 고객관리를 이루면서 지분교환 및 M&A를 통한 대형화를 추구하든가 아니면 철저하게 지역금고로서 보수적으로 내실을 꾀하는 형태의 양극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하에서 다음의 방안들을 강구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국내 리딩 금고들 및 국내 제도권 소비자금융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유치법의 맹점을 이용해 국내 대금업에 진출한 일본계 대금업체는 한편으로 어두운 사채시장을 양성화시키는데 기여했으나 강력한 일본계 대금업체들에 의한 한국 서민금융의 주도 및 그로 인한 국부 유출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현재 일본계 대금업체의 활발한 진출은 상당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 대금업체의 강력한 경쟁력 그 자체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우량 금융기관의 전국적 지점망을 활용한 시장진입 혹은 리딩 금고의 체질강화 및 대형화를 통한 국내 경쟁자의 양성이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제도권 고객을 대상으로 한 CSS와 다른 소액대출용 CSS 및 연체관리 시스템의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액대출사업에 진출한 모든 금고들이 대출자의 행동양식에 근거한 소액대출용 CSS 모델 및 체계적인 연체관리 전략을 필수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만 잠재부실의 위험이 현저히 감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