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그 자체가 본질적 가치이면서 인류에게 번영을 가져다 주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노스(North) 교수가 영국과 스페인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의 현재를 비교한 내용은 흥미롭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왕의 권력이 약해 법치주의가 잘 지켜져 시민들의 자유와 재산권이 보호됐으나 스페인은 왕권이 강해 그렇지 못했다. 이같은 제도적 차이가 그대로 이어져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미국 캐나다 호주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중남미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생활수준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유를 왜곡 없이 받아들여 제도화와 생활화에 성공한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의 운명이 후일 얼마나 판이하게 전개되었는가를 웅변하고 있다. 척박한 자유주의 지적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에 자유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동체적 가치관과 평등지향적 정서를 가진 국민에게 자유주의는 ''가진 자''의 보호막으로,압축성장을 추구하는 정부에는 관치경제에 대한 ''설익은 도전''으로 치부되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자유주의에 기초한 시장경제 질서가 정착되지 못한 것이 IMF를 가져오게 한 원인(遠因)이기도 했다. IMF위기 이후 엄청나게 많은 개혁프로그램이 추진됐지만 그 성과는 미진하기 짝이 없다. 이는 시장경제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평등주의와 관치경제로 야기된 문제를 평등주의와 관치경제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그 자체에 내재돼 있는 문제는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는 자유주의를 말할 때''(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편,율곡출판사,1만5천원)는 한국경제의 활로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되는 시장친화적 개혁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경제와 자유주의'' 정책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글을 중심으로,자유주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련된 글을 덧붙여 편집한 것이다. 저자들은 기업 노동 금융 언론 교육 및 의료정책 등 국민의 정부가 추진한 개혁정책을 자유주의 시각에서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에크(Hayek)의 경제철학과 사상에 기초한 이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의 지적 능력과 도덕적 능력에 대해 겸손할 때 그리고 시장경제의 자생적 질서와 그 진화력에 신뢰를 보낼 때 이성의 한계에 갇혀 있는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가 비로소 진보할 수 있으며 그런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풍요를 누리고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자유주의에 대한 편견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자유주의에 대한 실천적 연구를 담은 이 책의 출간 의의는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