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게임룰과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새책 ''월스트리트 제국''(존 스틸 고든 지음,강남규 옮김,참솔,2만8천원)은 머니게임을 통해 세계경제의 중심기둥으로 우뚝 선 월가의 명암을 흥미롭게 비춰준다. 저자는 맨해튼의 작은 샛길이 세계 최대의 자본시장으로 성장한 과정을 1653년부터 2001년까지 메이저급 플레이어들이 저지른 범죄 및 그들이 띄운 이슈들과 함께 씨·날줄로 엮어낸다. 증권브로커와 공인회계사,현행 증권사 시스템의 유래,금융시장의 기본적인 틀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갖춰지게 됐는지도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과 오버랩시키며 보여준다. 월가의 역사는 농업경제 시대에서 정보통신 시대까지 3백50년을 가로지른다. 월스트리트라는 이름은 네덜란드인들이 인디언과 영국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던 담에서 유래했다. 증권브로커들이 무화과나무 아래에 모여 게임의 룰(버튼우드 협정)을 만든 이후 운하와 철도건설,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엄청난 자본의 거래소로 떠올랐다. 초기에는 기업회계의 투명성이나 투자자 보호 등은 안중에도 없는 불법·폭력이 난무했고 ''야누스의 얼굴'' 위로 무수한 거품과 탐욕이 얼룩져간 기간도 있었다. 여기에 미국 금융투기의 선구자 윌리엄 듀어와 무분별한 줄타기로 시장을 어지럽힌 리처드 휘트니,국제 무대를 주무르는 큰손 J P 모건 등의 적나라한 게임이 이어졌다. 나스닥 시장의 등장과 데이트레이드,인터넷 버블 등으로 이어지는 20세기말의 풍경들도 긴박하게 그려져 있다. 저자는 최근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엔론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월스트리트는 역사상 어두운 면들을 끊임없이 노정시켜왔기 때문에 자본의 움직임을 감시·감독하는 ''전지구적 금융감독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