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근 경제예측 및 조사기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코노미 닷컴(economy.com)의 폴 게트만 사장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는 올 4.4분기에 4.5%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침체에 빠져있는 일본경제가 빠른 시일안에 전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엔화가치는 향후 2년안에 달러당 1백40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게트만 사장은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체스터시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이코노미 닷컴이라는 신세대 냄새가 풍기는 회사의 CEO(최고경영자) 답게 평상복으로 기자를 맞았다. 인터뷰에는 데이비드 잉그램 이코노미스트가 배석했다. [대담=고광철 워싱턴 특파원] -이코노미 닷컴에 소속된 이코노미스트들의 경제전망과 분석이 주요 언론들에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회사소개부터 해 주시죠. "경제전반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돈을 내는 회사들에 특별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회원수가 5백명을 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시티코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프루덴셜 등 미국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회원입니다" -그런 회사들은 별도로 경제분석팀을 갖추고 있거나 유명한 경제분석가들을 확보하고 있을텐데 이코노미 닷컴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객이 원하는 정보나 분석자료를 맞춤식으로 제공합니다. 또 필요할 때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즉각적으로 최신 정보를 주기 때문에 저희 회사를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회원들의 입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고객수가 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경제분석기관인 DRI-WEFA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경제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이 될 것 같습니까. "여전히 테러와의 전쟁 및 그로 인해 세계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슈는 일본경제입니다. 미국 경제나 독일 경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일본경제는 아직도 우울합니다" -미국 경제는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십니까. "미국 경제는 2001년 3·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들 분석으로 올 1·4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후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 3·4분기는 3.7%,4·4분기는 4.5%(연율기준)로 성장률이 뛰어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은 제조업의 부진과 정보기술(IT)산업의 거품 붕괴에서 비롯됐습니다. 두 분야 모두 과다한 생산으로 재고누증을 초래했고 수요가 급감하면서 경기침체를 몰고 왔습니다. 지금은 재고조정을 겪고 있는 만큼 재고조정이 끝나면서 생산이 증가하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 같습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지난해 12월18일 10,000을 넘어선 후 최근엔 10,000선 아래서 다소 주춤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회복에 따라 주가지수도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미국 경제가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주가지수가 비례해서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의 주가수준도 과대평가돼 있다고 보는 분석가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들은 주가수익비율(주가를 수익으로 나눈 비율)을 토대로 그같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올해 미국 주식시장이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S&P500지수 기준으로 따진다면 연간 18% 상승해 연말께 1,38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경제는 언제쯤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봅니까. "현재로선 일본경제가 회복될 특별한 동기나 계기를 찾을 수 없습니다. 현 시점에선 단기회복을 점칠만한 어떤 요인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경제성장률이 2001년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1%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현재로선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털어내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데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부실채권 정리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일본중앙은행이 자산담보부 형태로 민간은행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사줌으로써 금융시장에 돈을 더 공급하고 은행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봅니다" -일본경제 부진으로 엔화가 절하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엔화가치의 하락세가 일본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까. "일본 재무성은 엔화약세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수출을 늘려 경제를 부추기길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야미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급속한 엔화 절하를 우려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엔화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지면 주변국가들에 경쟁적인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아시아지역의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앞다퉈 자국통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엔화환율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2년 내 달러당 1백40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경제가 2003년께부터 회복되더라도 기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엔화약세는 불가피합니다. 일본은 노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일할 수 있는 연령대의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또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임금이 싼 곳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경제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은 유로화를 정식 통화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유로화 통용이 유럽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유로화 통용자체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여행자들이 국경을 넘을 때마나 환전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유럽경제는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는 근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럽경제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유럽경제는 일반적으로 미국경제를 6~8개월 뒤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침체에 빠진 것도 그만큼 늦은 만큼 회복도 다소 늦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이 겪은 제조업 부진과 소비자신뢰 하락이 유럽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부채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심각한 침체를 겪진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경제는 다른 아시아국가들과 달리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한국경제는 IT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싱가포르 등과 달리 다변화돼 있습니다. IT산업 외에 2001년에 미국수출을 대폭 늘린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체 및 금융산업 등을 포함,경제구조가 비교적 다변화돼 있어 세계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한국경제 전망은. "성장률은 3.5%로 전망됩니다. 일반적인 전망치보다 다소 낮게 보일지 모르지만 올해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처럼 급증하기 어렵고 IT산업의 회복이 완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본경제 부진과 한국경제 회복으로 원화가치는 강세기조를 이어가 물가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정부가 추진한 기업 및 금융개혁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금융개혁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업개혁분야에서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피한 면도 있습니다. 부채가 많은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과감하게 중단,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하지 못 했습니다. 정부는 금융지원을 통해 부실기업을 살리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가입이 한국에 어떤 부담을 줄 것으로 봅니까. "위협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중국은 임금이 싸고 기업조직관리나 제품판매 과정이 후진적입니다. 당분간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 같은 곳에서 중간재를 들여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