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25일 입법예고됨에 따라 핵심역량 강화 등을 위한 기업들의 신규출자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당장 10조원 수준에 달하는 출자한도 초과분을 해소하느라 헐값에 주식을 처분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오는 4월부터는 "출자한도 예외인정"을 통한 신규출자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선 출자한도 예외인정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출자한도 초과분 해소부담 완화=지난해말 공정거래법 개정에 이어 시행령 개정안이 나오면서 기업들은 모두 10조원 규모의 출자한도 초과분 해소부담에서 벗어난 것으로 전경련은 집계했다. 한도초과분을 해소할 경우의 주식매각 손실(5조원)을 덜고 주식시장에 대한 물량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약 1천5백억원 규모의 삼성자동차 출자분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이건희 회장이 사재 출연으로 내놓았던 삼성생명 주식 중 50만주를 삼성자동차 협력사와 종업원들에게 배정했다가 이를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삼성 관계사들이 사들였던 것. LG는 동기식 IMT-2000사업을 벌이기 위한 초기 투자비용을 대는 데 따른 출자 부담에서 벗어났다. LG전자가 LG텔레콤 유상증자에 3자배정 방식으로 참여한 8백억원에 대해 예외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현대차가 장기적으로 추진중인 자동차 관련 금융 보험서비스 확대나 SK에서 관심을 가져온 신용카드사업 진출 등에 대한 출자한도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불합리한 동종업종 기준=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예외인정 기준으로 제시한 ''표준산업분류상의 중분류''로는 LG와 SK의 에너지산업,한진의 물류산업에 대한 출자분을 예외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산업 중분류로는 ''정제처리업''과 ''전기·가스 및 전기업''이 별도로 세분화돼 있어 LG칼텍스정유나 SK(주)가 가스업체에 출자할 경우엔 동종업종에 대한 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LG홈쇼핑의 SO(종합유선방송 송출업체) 투자도 동종업종으로 인정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한진의 경우 운송전문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운송분야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출자가 예외로 인정받지 못할 형편이다. 중분류상으로는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과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여행알선·창고 및 운송관련서비스업'' 등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3년간 매출비중 25% 이상인 업종''에 한해 동종업종 출자를 예외인정키로 함에 따라 두산의 경우엔 이를 적용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두산의 영위 업종이 9개 정도로 펼쳐져 있어 매출비중 요건을 맞추기 어려운 탓이다. ''밀접한 관련업종''에 대해 ''판매 유지관리 보수 생산 부품공급 중 하나 이상에서 출자사와 피출자사 양측 모두 거래의 50%가 일어날 경우''로 제한,협력업체에 대한 신규 투자만 예외로 인정하는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에 따라 "산업중분류상 통신은 유선과 무선이 모두 통신업으로 분류된 반면 세분화된 산업도 있다"며 "동종업종이나 밀접한 관련업종의 범위를 산업계 현실에 맞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