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벌인 보물발굴 사업에 국가정보원 및 해군의 조직적 개입이 밝혀진 데 이어 청와대 이기호 경제수석까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이날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씨의 국가기관에 대한 전방위 로비 의혹과 관련,공세의 초점을 청와대에 맞췄다. 또 국정조사와 TV청문회를 추진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도 개입=청와대 이기호 수석은 이날 "99년 12월초 이형택씨가 본인의 사무실로 찾아와 보물이 매장되어 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이를 알아볼 길이 없느냐고 문의했었다"며 "이같은 요청에 대해 청와대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기관이 아니며 국정원 같은 데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국정원에 연락 좀 해달라고 요청해 국정원 엄익준 2차장에게 보물매장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이날 보물발굴 사업에 국정원과 해군 수뇌부의 일부 인사가 개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 기관의 개입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2000년 1월 중순쯤 국정원 국방보좌관이던 한철용 소장이 국정원 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당시 이수용(현 한국석유공사 사장) 해군참모총장을 만나 보물 탐사를 위해 병력과 장비를 지원해줄 것을 건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 소장이 2000년 1월8일 ''보물선 탐사와 관련한 민원이 접수됐으니 해군총장을 만나 요청하라''는 엄 차장의 요청을 받고 1월10일 계룡대 총장 접견실에서 이 총장을 면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장은 이 자리에서 ''민간업자를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특검은 또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특수기동대원 5명이 지난 99년 12월 세차례 보물발굴 탐사작업에 참여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당시 국정원 목포출장 소장이 목포해양경찰서장에게 죽도 앞바다 바위 밑 석회석 구조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해와 탐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금융권 로비의혹=특검팀은 이형택씨가 2000년 8∼9월 무렵 자신의 부동산을 이용호씨에게 시가보다 비싸게 팔았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르면 26일중 이형택씨를 소환키로 했다. 특검팀은 부동산 거래 시점이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가 산업은행의 편법인수로 9백만달러 상당의 해외전환사채(CB)를 발행한 직후였던 점을 중시,이형택 전 전무가 해외CB 발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데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검팀은 또 이형택씨의 S건설에 대한 2백50억원 대출압력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이날 산업은행 및 한빛은행 관계자와 S건설 자금팀을 소환 조사중이다. ◇야당 공세=한나라당은 이날 ''이형택 게이트''를 ''국가권력기관이 총동원된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규정,대통령의 사전인지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의 초점을 청와대에 맞췄다. 또 국정조사와 TV청문회를 추진키로 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여 압박을 계속했다. 이상득 사무총장은 "보물선 발굴사업은 사업 승인이 떨어질 때 이미 해군 국정원 해양수산부 금감원 전남도청 등이 동원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예금보험공사 전무인 대통령 처조카의 신분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며 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강두 정책위 의장도 "여권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인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 승인하고 전남도까지 협조한 것은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지시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가세했다. 김형배.김후진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