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는 최근 미국시장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팔린 SUV는 3백95만대로 지난 2000년(3백52만대)보다 13.4% 늘어났다. 9.11 테러 여파 등으로 정체 상태를 보인 미니밴 및 픽업,대형승용차 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90년 시장규모가 1백만대에도 미치지 못했던 SUV시장이 10여년만에 4배로 커진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선원웅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바뀐 요인도 있지만 주요 메이커들의 신모델 투입경쟁으로 제품 라인업이 확대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인 "J.D.POWER"는 지난 10년동안 중형 세단 수요층이 SUV로 급속히 이동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고급형 SUV는 승용차의 승차감과 활동적인 지프의 장점을 동시에 갖게되면서 브랜드 및 품질만족도를 동시에 고객들에게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BMW의 X-5,벤츠의 ML320,도요타의 RX300 등이 대표적인 차종들이다. 국내 차량 가운데는 기아 스포티지가 지난 2000년 6만2천3백50대에 이어 작년에도 5만2천3백68대를 팔았고 2001년부터 미국시장에 본격 진출한 현대 싼타페는 5만6천17대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현대 테라칸과 기아 쏘렌토도 현지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한국산 SUV의 시장 점유율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시장에서 유행할 SUV는 트럭 섀시를 기반으로 한 정통 지프보다는 승용차 스타일을 가미한 "크로스오버"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니밴과 SUV를 선호했던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퇴조하고 다양한 개성과 다목적성을 중시하는 신세대들이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SUV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마케팅 과정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동원해야하는 것도 메이커들의 부담이다. 이에 따라 제너럴모터스(GM)는 승용과 SUV의 융합형인 폰티악 바이브를 출시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캐딜락과 시보레를 기반으로 크로스오버형 차량을 개발할 계획이다. 포드는 마쓰다와 공동으로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 이스케이프와 트리뷰트가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미국업체로는 유일하게 승용형 SUT(스포츠형 다목적 트럭)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PT크루저의 판매 호조로 빅3 메이커중 가장 앞서 있지만 정작 후속모델이 마땅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