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인 한지에 스민 '평화소망' .. '이항성 화백 5주기'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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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79세로 타계한 이항성 화백의 작고 5주기를 기념한 대규모 기획전인 ''평화,이항성 5주기전''이 2월1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펼쳐진다.
이번 유작전에는 ''생명의 빛'' ''평화의 념'' ''동방의 빛'' 등 대표작 40여점이 출품된다.
대부분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대작들이다.
이 화백은 1970년대 초 프랑스로 건너가 30여년 동안 파리화단에서 활동하며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수많은 초대전과 개인전을 가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전을 별로 열지 않아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다.
한지작업을 주로 해온 이 화백은 ''평화의 작가''로 불릴 정도로 일생 동안 ''평화''의 염원을 보여줬다.
한지를 잘게 찢어 캔버스에 붙인 뒤 먹과 유채로 화면을 재구성하고 다시 한지를 뒤덮는다.
그의 작품세계는 서양의 추상미술에 속해 있으면서도 내용적으로 한국 불화와 같은 전통문화에 닿아 있다.
유화를 엷게 희석시켜 번짐효과를 내는가 하면 오일과 먹을 혼용하는 등 동·서양 재료와 기법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사용했다.
화려한 색채에 화면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뻗치는 힘의 확산과 기운은 동양적 신비를 껴안음은 물론 그가 평생 추구해온 주제인 ''평화''를 강렬하게 관철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이 화백은 80년대 KAL기 격추사건,랭군사건 등 인류가 저지른 비극을 주제로 한 작품을 자주 선보였다.
대표작 중 하나인 ''평화,명상지념''은 KAL기 격추사건을 애도하는 뜻으로 제작해 유엔에 영구 전시할 것을 제의했으나 한국이 비회원국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 작품은 그러나 파리 서울 도쿄 뉴욕 등지에서의 순회전시회를 통해 한국이 유엔에 가입한 지 1주년이 되던 92년에 유엔 유니세프 본관 현관에 영구 전시되기도 했다.
그가 파리에 정주하게 된 계기는 1972년 파리 ''폴 화케티''갤러리와의 전속계약이었다고 한다.
폴 화케티갤러리는 피카소 샤갈 등이 전속된 국제적인 상업화랑.당시 국제화단에서 신인이었던 이 화백은 이 화랑과 장기 전속계약을 맺고 동·서양 예술의 접목을 위해 파리에 있는 동양미술아카데미에서 고암 이응로 화백의 지도를 받으면서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미술 교육의 개척자였다.
6·25사변을 전후해 초·중·고교 미술교과서를 편찬하기도 하고 56년에는 국내 첫 미술월간지인 ''신미술''을 창간했다.
이후 ''서양미술사'' ''세계미술전집''(전 4권) 등을 발간해 해외 미술정보를 국내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 화백의 장남인 이승일 교수(홍익대 판화과)는 "작업량이 작고하기 직전까지도 저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셨다"고 술회했다.
이 교수는 "그해 설날 차례를 지내고 자식들로부터 세배를 받은 후 행복하게 임종하셨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 분의 생애와 작품이 새롭게 조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3월10일까지.(02)720-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