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들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명문대 출신 공인회계사(CPA) 합격자를 대거 수습 회계사로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및 지방대 출신 합격자, 고령 합격자들은 회계법인의 채용에서 소외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학벌과 성별 등을 기준으로 수습 회계사를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회계업계에서는 지난해 CPA 합격자가 두배로 증가, 상대적으로 합격자 수가 많은 명문대 위주로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궁색한 설명을 늘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명문대 출신은 CPA 합격자 증가로 혜택을 보는 반면 지방대 출신 등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어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명문대 출신 선호 =28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선발인원 1천14명중 재학생 등을 제외한 수습 등록자 7백67명 가운데 5개 대형 회계법인에서 뽑은 수습회계사는 40%선인 4백50명에 불과하다. 업체별로는 삼일이 1백65명으로 가장 많고 안건(95명) 안진(84명) 삼정(57명) 영화(49명) 등의 순이었다. 이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 회계사 합격자들은 3백7명 가운데 70%에 가까운 2백41명이나 이들 5대 회계법인에 채용됐다. 삼일의 경우 서울대(36명) 연세대(40명) 고려대(32명) 등 3개대 출신이 1백8명이었지만 다른 대학 출신은 57명에 그쳤다. 삼정과 안진회계법인도 사정은 비슷했다. 삼정은 3개대 출신 수습회계사를 42명 선발한 반면 나머지 대학 출신은 15명밖에 뽑지 않았다. 안진회계법인도 각각 47명과 37명을 선발했다. 반면 안건과 영화회계법인은 명문대 출신보다 다른 대학 출신 합격자를 많이 뽑아 눈길을 끌었다. 안건회계법인의 경우 3개대 합격자는 29명에 불과했고 영화도 15명밖에 뽑지 않았다. 지방대 출신과 고령자는 기피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 출신자 57명중 지방대 출신은 20명이 채 안됐다. 이에 반해 삼정은 고작 1명에 불과했다. 안진과 영화회계법인은 각각 11명과 13명을 채용했다. 안건이 그나마 19명의 지방대 출신합격자를 받아들여 구색을 갖췄다. 여성 기피현상도 두드러졌다. 수습등록을 신청한 여성합격자 1백24명 가운데 5대 회계법인에 채용된 인원은 절반 수준인 67명에 그쳤다. 삼일이 34명을 채용, 가장 많았고 안진이 11명을 뽑았다. 안건과 삼정은 각각 8명과 9명의 여성합격자를 수습회계사로 받아들였다. 영화는 5명이었다. 대형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CPA 합격자 수가 두배로 늘어난 반면 경기둔화 영향으로 채용인원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며 "상대적으로 합격자 수가 많은 명문대 출신의 채용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벌 위주 채용 계속될 듯 =현재 수습 등록자 7백67명 가운데 실무 수습기관이 정해지지 않은 합격자는 1백3명에 달한다. 지난해 채용인원이 두배로 늘어나면서 시험에 붙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 2000년 5백명 이상의 CPA 합격자를 대부분 회계법인에서 수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미지정 합격자의 84%인 87명이 3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한 회계사는 "소위 명문대 출신은 CPA 시험만 붙으면 대형 회계법인에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됐다"며 "합격자 수를 늘린 것은 명문대와 서울지역 출신들에게만 유리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에도 1천명의 회계사를 뽑을 예정이어서 지방대 출신 합격자의 ''취업난''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