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인 K씨는 최근 인터넷전용복권을 샀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즉석복권이 1천만원에 당첨돼 판매회사에 당첨금을 달라고 했더니 "1천원에 당첨됐는데 시스템 오류로 잘못 전달됐다"는 것이었다. K씨는 인터넷복권 당첨 화면을 저장해 이 회사로 보내고 재차 당첨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버상의 오류인 만큼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에 K씨는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는 한편 민사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K씨의 경우와 같이 인터넷복권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복권 구매층이 10대 20대로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에 한탕주의 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온라인 복권 난립과 문제점 = 모든 복권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법제정을 통해 발행할수 있다. 현재 복권을 발행하는 정부기관은 문화관광부 건설교통부 중소기업청 제주도등 10곳,이들이 발행하는 복권 종류는 인터넷복권을 포함해 21종에 달한다. 인터넷복권은 제주도청이 지난해 5월 즉석식인 "즉석 관광복권"을 내놓은 뒤 건교부 과기부 등이 여기에 뛰어들었다. 복권 발행 부처가 늘고 복권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정부가 한시적인 기존복권을 폐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원이 필요할 때마다 새 복권을 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권시장 점유율은 발행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복권시장의 43%를 주택은행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과학문화재단(20.1%) 국민체육진흥공단(13.7) 등이 비교적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 기관들은 낮은 시장점유율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2000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복권가운데 65%가 팔리지 않아 폐기처분될 정도로 난립이 심각하다. 복권발행이 수익을 커녕 발행기관의 재정만 축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용복권과 온라인복권시장 전망도 상당히 불투명하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일부 발행기관의 복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국민은행이 7개 부처와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로또"복권은 문광부의 스포츠토토복권사업과 사업영역과 장비가 겹치는 중복투자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유사 인터넷복권 열풍과 당첨금 늘이기 경쟁 = 정부 기관들의 인터넷복권 경쟁은 인터넷상에 "유사 복권" 열풍을 낳고 있다. "유사 복권"이란 인터넷업체들이 신규회원이나 마일리지를 쌓은 회원에게 나눠주는 복권을 말한다. 일반인에게 파는 것은 아니지만 당첨자에겐 경품이나 현금을 지급한다. 현재 라이코스를 비롯한 50여개 인터넷업체들이 "유사 인터넷복권"을 판매하고 있다. 라이코스의 경우 지난해 1억 이상 당첨자가 2명이나 나와 젊은층으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 인터넷복권 열풍은 젊은층을 새로운 복권수요층으로 끌어들이면서 사회적으로 한탕주의를 조장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복권 열풍이 거세지면서 당첨금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당첨금 10억짜리(슈퍼관광복권) 복권이 나온 지 두달만에 40억원(플러스플러스복권)짜리가 나왔고 12월에는 50억원(빅슈퍼더블복권),60억원(슈퍼코리아연합복권)짜리 복권도 선보였다. 대책은 없나 = 복권의 난립과 부작용을 막으려면 조정기구를 부활하고 통합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부처의 밥그릇이 걸려 있는 사안을 자율에 맡기는 현행 방식으로는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따라서 지난 98년 해체했던 국무총리실 산하 복권발행조정위원회를 부활하거나 "사행산업감독위원회"와 같은 조정기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대 관광학부 한범수 교수는 "정부 부처들의 복권 발행 경쟁을 방치할 경우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걸리듯 우리 국민이 복권중독에 빠져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무총리실 같은 상급기관에 복권 발행 조정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