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승부를 조작해 거액의 배당금을 타낸 일당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륜운영본부 직원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전 국가대표선수까지 승부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6부는 28일 전 국가대표 경륜선수 김모씨(41) 등 전.현직 경륜선수와 전 경륜운영본부 공정과 직원 전모씨(41)를 포함한 경륜꾼 등 28명을 적발, 이중 24명을 경륜·경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전씨는 지난 99년 경륜운영본부 공정과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경륜선수 이모씨(33)와 짜고 순위를 조정하는 수법으로 지금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승부를 조작해 1억5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륜선수 김씨는 99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경륜꾼들과 결탁, 경기내용을 사전에 알려주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15차례에 걸쳐 경기를 조작해 경륜꾼들로부터 5천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더욱이 이번에 적발된 경륜꾼 가운데에는 승부조작을 막고 감시해야 할 경륜운영본부 직원이 끼여 있는데다 부상당한 선수들의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경륜운영본부 지정병원 관계자까지 지위를 이용, 향응접대와 금품제공을 미끼로 선수들을 포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고배당의 수익을 얻기 위해 시도한 경륜승부 조작방법도 다양했다. 경륜꾼들은 매주 목요일 출전 선수들이 합숙에 들어간 직후 출주표를 사전에 알아내 1, 2위로 입상할 선수를 표시, 다시 도박사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인 ''쪽지작업''을 주로 사용했다. 또 포섭된 선수가 경륜꾼의 모자와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선수와 동반입상하는 ''모자작업'', 경기전에 경륜꾼이 지정해준 선수와 동반입상하는 ''번호작업''도 있다. 그리고 매수된 선수가 경기도중 엉덩이를 들어 다음 차례 경기의 1,2위를 표시해 주고 경륜꾼이 승자투표권을 사게 하는 방법 등도 사용됐다. 이런 방법으로 이들은 지난 99년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금품을 서로 주고 받았으며 승부를 조작해 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