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우바이오(회장 고희선)는 종자를 개발 판매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종자라고 만만하게 볼 제품이 아니다. 종자에는 최첨단 생명공학의 기술이 담겨 있다. 단순히 씨를 배양해 파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식탁에서 즐겨 먹는 먹거리를 만드는 그야말로 소중한 일이다. 농우바이오의 재산 목록 1호는 작은 ''씨앗''. 하지만 웬만한 전자 제품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농우바이오가 한햇동안 생산하는 종자의 양은 1천섬(1섬은 1백40kg) 가량. 그 중 고추 배추 무우의 종자는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가격도 비싸다. 중국산 고추씨의 경우 1kg에 50달러인데 비해 농우바이오 제품은 무려 1천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수확량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종자가 농작물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밖에 안돼 농우바이오 종자가 오히려 싼 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고희선 회장은 1968년 종묘사업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한우물을 파고 있는 기업인이다. 81년 농우종묘를 설립한 뒤 90년 법인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종자 사업에 나섰다. 99년 농우바이오로 회사 이름을 바꾸며 단순한 종자 생산 기업이 아닌 바이오 기업으로 탈바꿈 중이다. 농우바이오는 한때 외국 기업에 팔릴 뻔했다. IMF 외환위기 때의 일이다. 당시 경영난에 빠진 국내 종묘회사가 거의 다 외국에 넘어갔다. 종묘업계 1위인 흥농종묘와 중앙종묘가 다국적기업 세미니스사에 인수됐다. 농우바이오와 업계 2~3위를 다투던 서울종묘는 노바티스에 인수된 후 신젠타로 이름을 바꿨다. 이들 다국적기업은 종묘회사에 축적된 유전 자료가 무한한 수익을 창출하는 엄청난 보고(寶庫)라는 사실을 알고 종묘회사를 인수했다. 고 회장은 "일본은 기업이 어렵더라도 외국 기업에 절대로 종묘회사를 넘기지 않았는데 한국은 너무 쉽게 회사를 팔았다"며 당시의 상황을 아쉬워 했다. 93년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농우바이오는 새로 개발한 수박씨를 일본에 수출했다. 일본 종묘업자들이 수박씨 1섬에 3억2천만원 가량 받을 때 농우바이오는 1억2천만원에 팔았다. 가격은 쌌지만 품질이 더 뛰어났다. 결국 일본 종묘회사 두군데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종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농우바이오는 생명공학센터를 통해 다양한 작물을 개발중이다. 비타민 C의 함량이 높은 고추와 배추 생산을 앞두고 있다. 면역 물질인 락토페린 유전자를 채소작물에 형질 전환시켜 병에 대한 저항을 길러주는 품종도 연구 중이다. 농우바이오의 경영 성과도 놀랍다. 99년 매출 2백84억원에 순이익 62억원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 2백96억원에 순이익 65억원. 농우바이오는 여주 반월 밀양 제주에 연구소를 두고 13만여평에서 각종 종자를 재배하거나 실험 중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호주 등의 농장에서도 종자를 생산하고 있다. 2백70여명의 종업원 가운데 74명이 연구 인력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2백20만달러며 2004년에 1천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고 회장은 "한 알의 종자가 세계를 바꾼다"며 "종자 전쟁이 앞으로 가장 무서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31)213-4326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