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신의 AIG컨소시엄 매각 과정에서 흘러 넘친 것은 말의 성찬. 권한이 분명하지 않은 당국자들의 책임지지 못하는 말 때문이다. 정작 여론의 지지를 수렴하거나 국민 다수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할 주요 사안과 외부전문가들의 지혜가 필요한 협상항목들에 대한 난상토론은 생략됐다. 대부분 "언제까지 결말내겠다" "협상은 잘 돼가고 있다"는 립서비스들이 넘쳐났다. 협상은 금감위에서 하는데 전망과 평가는 재정경제부 청와대 비서실에서도 속속 불거져 나왔다. "협상이 잘못돼 간다"거나 "협상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늘 ''근거없는 낭설''로 일축됐다. 지난해 말 MOU 유효기한이 끝나고도 본계약 진척이 없어 협상결렬설이 나돌 당시에도 당국은 낭설이라고 대응했다. "AIG는 (우리경제의) 구세주 같다"(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 2001년8월28일)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하이닉스반도체 등 3개 문제기업 중 2개는 자리를 걸고 이달 내 결론짓겠다"(이근영 금감위원장 2001년9월7일) "현대투신 매각을 위한 본계약 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문안작성이 끝나가는 단계다"(진념 부총리 2001년9월25일 언론사 경제부장 간담회) ''이달말'' ''다음달까지'' ''연내완료''라는 당국자들의 희망가(歌)는 이밖에도 많았다. 물론 해명은 있다. "우리가 먼저 꺼낸 말이 아니고 언론이 꼭 시기를 물어와서…"라는 것이 단골 변명. 그러나 변명은 변명으로 끝나고 협상은 결국 당초의 우려대로 실패로 가고 말았다. 허원순.박수진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