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에서 진념 경제부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김대중 정부가 경제 정책에서만큼은 현상유지 전략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성 인사를 선택할 경우 자칫 김영삼 정권 말기와 같은 개혁 후유증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 정부 인재풀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게됐다. 의혹이 난마처럼 얽힌 각종 ''게이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 분야는 확실하게 안정시키고 싶다는 희망 섞인 인사라는 평도 있다. 후임 경제장관들과 청와대 수석에 진 부총리와 호흡이 잘 맞는 사람들을 선임한 것도 경제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떻든 이번 인사로 경제팀은 확실한 ''진념 체제''가 됐다. 진 부총리 밑에서 일했거나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 경제팀 전면에 포진함에 따라 진 부총리 체제엔 더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전윤철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탈(脫)정치''를 표방하면서 비서실장 자리를 경제관료에게 맡기기는 했지만 자칫 경제팀 내부에 ''힘의 분산''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경제기획원 출신 대거 포진 =새로 선임된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덕수 청와대 경제수석,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은 모두 옛 경제기획원 출신들이다. 유임된 진 부총리와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하면 경제기획원 출신은 5명에 이른다. 진 부총리를 수장으로 한 ''경제기획원 라인''이 경제팀을 사실상 장악했다. 경제기획원 출신이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맡은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 83년 강경식씨(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은 이후 처음이다. 전 비서실장은 기획예산처 장관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진 부총리와 마찰이 거의 없었다. 경제수석이 진 부총리의 파트너 역할을 맡기 때문에 비서실장이 된 이후에도 직접 맞부딪칠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서실장이 경제를 잘 안다는 이유로 경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할 경우 다툼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 진념체제 구축 =한덕수 경제수석은 진 부총리와 가까운 친구의 동생이기도 하다. 한 수석이 80년대 중반 상공부 수송기계과장을 맡았을 당시 진 부총리가 "자동차와 조선은 급속히 성장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로비가 많을 것"이라며 조심할 것을 충고했을 정도로 가깝다. 옛 재무부 출신인 김진표 정책기획수석도 ''진념과 매우 가까운 사람''이다. 경제팀 수석부처 차관으로 진 부총리와 1년 가까이 호흡을 맞추면서 재경부를 무난히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진 부총리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주변에 포진한 만큼 진 부총리가 중심이 돼 경제팀이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 경기활성화대책 지속 =진념 경제팀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IT(정보기술)산업 위축으로 2000년 들어 경제가 급속히 어려워지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인 경기활성화 대책을 써왔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진념 경제팀의 재정지출 확대정책은 경기를 조기에 회복시키는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진 부총리는 올들어서도 경제 회복을 중시하는 정책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5%로 높아지기 위해서는 수출과 투자가 회복돼야 하고 그때까지는 내수 위주의 경기활성화 대책을 쓴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진 부총리 스스로도 개각 직후 기자들을 만나 "기왕에 수립해놓은 경제운용 방안을 실천하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금융 부문에서 상시구조조정 체제를 정착시키고 중산층과 서민층의 생활안정대책을 구체화시키는 것도 이번 경제팀이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하이닉스 매각문제나 현투증권 재매각 협상 등 풀어야 할 난제도 많다. 구조조정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현 경제팀에 대한 비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진념 경제팀의 부담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