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경제' 25時] (7) (시리즈를 마치며...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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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부패경제 25시'' 시리즈를 마치면서 한국사회의 부패 실태와 근본 원인, 문제점을 점검하고 분야별로 부패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9일 ''부패방지 좌담회''를 가졌다.
''부패경제 25시'' 시리즈는 지난 18일 시작돼 총 6회가 연재됐다.
이날 좌담회는 최경환 한경종합연구소장의 사회로 박용일 박용일법률사무소 변호사(부패방지위원회 위원),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천정배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진행됐다.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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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최근 각종 게이트가 판을 치고 있다.
진승현.정현준.이용호.윤태식씨가 바로 그 사례다.
정치권에선 여전히 부정부패와 비리 유착 등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가도 다를바 없다.
국제 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지수를 보더라도 한국 공직자의 청렴도는 조사 대상 91개국 가운데 42위에 불과하다.
한국의 부패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그 원인은 무엇인가.
△ 제프리 존스 회장 =한국의 부패 정도가 아주 심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괄목할 정도로 개선됐다.
과거 국회의원들과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했던 대기업들이 결국 손해를 입고 말았다는 사실이 경험으로 체득된 결과로 여겨진다.
요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몇몇 벤처기업들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과욕을 부려 생긴 부작용으로 생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들 모두 뇌물로비 등에 따른 정경유착이 종국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큰 타격을 준다는 교훈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부패 원인은 무엇보다 순수한 자본주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한국인들은 정이 많다.
의리도 중시하는 민족이다.
그런데 의리라는 것은 서로 똑같이 나눈다는 개념이다.
달리 말해 사회주의적 사고방식과 다를바 없다.
예를 들어 내가 돈을 많이 벌면 남하고 나눠야 한다는 발상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뇌물수수 등 부패가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은 자본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려야 한다.
△ 좌승희 원장 =기본적으로 부패가 우리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데 동감한다.
하지만 이번 벤처 비리가 일부 벤처기업인들의 과욕으로 생겼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벤처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성공하려면 정치권이나 관계에 로비를 해야만 한다는 점은 과거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상의 문제다.
부패방지위원회가 발족한 것을 기회삼아 우리 문화속에 뿌리박혀 있는 부패 상황을 직시한 뒤 그 속에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부패사범 몇 명을 처벌한다고 해서 끝나는게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노력해야 한다.
△ 사회 =부패척결을 위한 구체적 대안은.
△ 천정배 의원 =현 정부 들어 권력형 비리, 즉 정경유착은 많이 줄어들었다.
단지 혐의와 의심만 난무할 뿐이다.
달리 말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권력형 비리가 과연 무엇인가.
국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부패는 그 성질상 척결하기가 쉽지 않다.
결코 한두가지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과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
부패 척결의 핵심은 검찰 바로세우기다.
또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와 같은 상시 부패 수사기구를 만들어 공무원들이 엄정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부패 사범은 다시는 사회로 돌아올수 없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 존스 회장 =규정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절실한 것은 현실적인 기준을 제대로 만들어 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선 그 기준이 아주 모호하다.
게다가 현실적이지도 않다.
일상생활에서 지켜질 수 있는 기준을 만든 뒤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 좌 원장 =한국 사회의 또다른 문제는 너무 극단으로 치우친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의 개혁 과정을 봐도 그렇다.
시계추가 오른쪽으로 가 있다면 가운데로 가져올 생각을 해야 하는데도 왼쪽으로까지 끌고온 측면이 없지 않다.
부패도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떤 사회도 완전할 수는 없다.
물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은 부패를 완전히 척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정 수준의 부패는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간과해선 안 된다.
따라서 갑자기 선진국보다도 더 엄격한 법을 만들어서도 곤란하다.
현실적인 기준에 맞게 법을 제정해야 한다.
△ 박용일 변호사 =부패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부패방지법에 정의된 부패라는 개념은 ''공직자들의 경우 직무와 관련해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을 위반해서 본인이나 제3자가瀯猿瓚?이득을 보거나'', ''공공기관이 물자조달이나 예산 집행과정에서 잘못을 하거나 계약을 체결.이행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났을 경우''로 정의된다.
부패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 사회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권력의 최상층이 연루돼 있는 부패다.
''돈 정치''가 모든 부정부패의 원인이라고 할 정도다.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해 무엇부터 고쳐야 할까.
△ 천 의원 =시스템측면에서 정치권 부패를 감시.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현재 정치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받아썼는지,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회계나 수입, 지출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작년에 돈세탁방지 제도를 만들었지만 정치자금에는 별로 적용되지도 못하고 있다.
앞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철저히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등 획기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부패 사범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면이나 복권조치도 내릴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합법적인 정치자금 조달 창구도 열어줘야 한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법정 선거비용만 10억원이 넘을텐데 후원회조차도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공익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 존스 회장 =미국에서는 정치 자금이 투명하게 조성된다.
정치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규정을 확실하게 만들고 이 기준을 넘어서면 ''끝''이라는 점을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법을 만들고 집행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 사회 =정치권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역시 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도하고 불투명한 규제가 부패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공무원에게 너무 많은 재량권을 줘서 결국 관치경제의 폐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책은 무엇일까.
△ 좌 원장 =분명하고 정확한 기준에 따라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규제가 많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각 조문이나 해석 범위 등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귀에 걸면 귀거리, 코에 걸면 코거리''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우리 문화의 ''적당주의''가 법 체계에도 그대로 반영된 부작용이다.
투명한 규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관료 입장에선 될수록 규제를 많이 만들어 자신의 권한을 늘리려는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간 정부는 무소불위라고 할 정도로 권력을 행사해 왔고 일반 국민들의 세세한 생활까지도 관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모든 규제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천 의원 =공무원들의 재량권을 줄여야 한다.
현재 공직자 윤리강령이라는 것이 있지만 가이드라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윤리강령을 어겨본들 처벌도 받지 않는다.
정치인에게 선거법이 적용되듯이 공무원에게도 선거법에 준하는 규정인 공직자 윤리장전을 법제화해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까지도 받게 해야 한다.
△ 사회 =민간기업들의 부패도 심각한 수준이다.
민간부문의 부패 척결은 정치.관료들의 부패를 없애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선행돼야 할 과제가 아닐까.
△ 좌 원장 =무엇보다 철저한 시장경제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뇌물과 로비, 정.관계 유착 등은 대개 부실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쓰는 수법이다.
잘하는 기업만 살아남고 부실 기업은 바로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단지 시장의 차별화 기능을 강화하는데 그쳐야 한다.
△ 존스 회장 =회사내 호봉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업무성과에 따라 직원들이 월급을 받아야 한다.
실적과 보상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상황에선 실적이 좋다고 해서 더 많이 월급을 받을 수 없다.
△ 사회 =지난 25일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했다.
기대도 크지만 자체 조사권이 없어 자칫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앞으로의 활동방향은 무엇이고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 박 변호사 =부패방지위원회가 전체 사회의 부패를 바로잡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부패방지위원회는 강력하게 법을 집행하고 감시.감독하는 기관은 아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들 모두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도 부패사례에 대해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부패 척결은 전 국민이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해야할 과제다.
단지 위원회가 결성됐다고 해서 당장 풀릴 일이 결코 아니다.
앞으로 위원회는 권력핵심부와 고위공직자들의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주력할 계획이다.
정리=이방실.안재석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