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금융시장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부실채권 누적으로 은행들은 신규 대출여력이 거의 없고,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잇따라 도산해 금융권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가 폭락하는 등 가시화되고 있는 ''금융위기''가 일본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평가사의 말을 인용,이같은 구조적인 악순환으로 일본의 금융시장이 ''기술적 파산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은행에 공적자금이 또 다시 투입되지 않을 경우 경기침체와 맞물려 일본의 경제회복이 요원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일본 금융권의 최대 현안은 부실채권. 업체의 부도로 이자를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은 43조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선에 이른다. 이는 1980년대 미국의 신용대출조합 위기 당시 무수익여신 비율의 2배를 넘고 있다. 디플레이션과 함께 진행중인 경기침체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취약한 금융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소비지출의 급감 등으로 지난해 일본기업의 부도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70%의 기업이 적자를 냈다. 작년에만 GDP의 6%에 해당하는 부실채권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이는 금융산업의 거대한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여력이 거의 없는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더욱 꺼려 기업 부도가 상당기간 동안 이어질 공산이 높다.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정작 수익을 낼 곳이 별로 없어 자구노력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는 0.001%. 1백억엔을 빌려준 은행의 이윤은 커피 한 잔 값도 안되는 수준이다. 영업을 해서 부실을 메우기는커녕 영업비용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자본 잠식중이다. 일본 신용평가기관인 미쿠니의 미쿠니 아키오 대표는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이 회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이 방법도 GDP의 1백30%선인 정부 부채가 1백80%선으로 늘어나 일본정부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권 위기는 곧바로 주식시장을 강타,깊은 침체에 빠져 있는 일본경제에 더 깊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30일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 평균 주가 1만선이 또다시 붕괴됐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이날 개장 직후부터 팔자 주문이 집중되면서 곧바로 하락,결국 9919.48엔으로 마감됐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