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설연휴 성형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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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돌아오면 고향을 찾아 조상에게 제사지내고,일가친척들과 덕담을 나누는게 우리의 풍속이다.
어디 그뿐인가.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 소꿉친구도 만나고,이런저런 사정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진절머리 나는 교통체증도 마다하지 않고 인구의 반 이상이 대이동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다가오지만 예년과는 다른 풍속도가 엿보인다.
고향행(行) 매표창구 못지 않게 성형외과가 붐비고 있다는 소식이다.
설연휴를 이용해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직장인들이 몰려 의사들이 "제발 예약을 사절한다"며 오히려 통사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연휴는 3일이지만 앞 뒷날 휴무하는 직장이 많고,여기에 쓰다 남은 휴가까지 사용할 경우 1주일 가량을 쉴 수 있어 수술환자들에게는 호기인 셈이다.
또 겨울이기 때문에 염증이 덜하고 목도리나 의복 등으로 자연스럽게 수술부위를 가릴 수 있는 점도 고려되고 있는 듯 하다.
병원은 아직도 여성들이 주로 찾고 있으나,이제는 남성환자가 30%에 육박하고 최근에는 나이와의 전쟁을 벌이는 40∼50대의 중년들까지 가세하는 추세다.
성형수술도 쌍꺼풀 수술은 패션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코정형 안면윤곽 지방흡입 유방성형이 일반화되고 있다는게 의사들의 얘기다.
신세대 직장인들은 사각턱 교정이나 머리심기 외에도 턱이나 겨드랑이 털을 없애는 제모시술까지 받기도 한다.
중년층은 주름살제거수술과 "피곤하고 심술궂게 보인다"며 눈밑지방제거 수술을 원하고 있기도 하다.
연예인들 사이에 유행되던 성형수술이 10대 청소년을 거쳐 이제는 직장인들을 병원으로 내모는 세태에 이르렀다.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칫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나머지 멀쩡한 신체를 갖고도 결함이 있다고 잘못 생각해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더불어 즐겨야 할 명절에 성형외과를 줄지어 찾는 모습들이 바로 이 시대 우리의 자화상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