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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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수가 외국인 급매도 속에서 급락, 조정국면이 연장될 전망이다.
국내 경기가 내수위주의 회복추이를 지속하고 있으나 이미 반영된 상태이다. 추가 모멘텀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 엔론사의 분식회계 문제가 수급여건 등 시장분위기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엔론 파산 이후 회계불투명성을 매개로 기관투자가들이 뉴욕시장에서 대량 매도, 기업 리스크를 둘러싼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시장이 주가, 금리, 달러환율이 급락하고 일개 단위기업의 ''비체계적'' 리스크가 시장 전체의 ''체계적''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이 크다.
기업투명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세계금융시장의 질서를 선도하고 투자자의 신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불신의 충격''에 쌓인 월스트리트 균열은 국제금융시장의 요동으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대투증권의 한정희 분석역은 "국내외 경기가 회복 중이고 미국의 금리동결이 예상돼 기술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개인과 기관의 저가매수가 유입되고 있으나 미국시장에서 회계투명성이 처음으로 의심을 받는다는 점에서 악재의 확산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 종합지수 3% 급락, 외국인 대량 매도 = 3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4.58포인트, 3.39% 급락한 749.45로 마감, 이틀째 하락 조정됐다. 코스닥지수는 76.20으로 2.89포인트, 3.65% 떨어졌다.
코스피선물 3월물도 93.35로 2.65포인트, 2.76%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0,000선이 붕괴된 것을 포함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주가도 모두 약세를 보였다.
이에 앞서 미국 주가는 다우산업평균지수가 9,600선으로 전날보다 2.5%, 나스닥지수는 2.6% 급락하며 1,900선이 재붕괴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4% 가량 떨어졌다. 소비자신뢰지수의 5개월 최고 기록 등 경제지표 호전됐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엔론 사태 부각으로 투매심리가 확산됐다.
이날 거래소에서 외국인은 반도체와 은행, 증권 등 금융주를 중심으로 2,000억원을 순매도, 이틀째 팔았다. 코스닥에서 418억원을 순매도하며 최근 순매수를 되내었다. 선물시장에서도 2,499계약의 매도우위를 보이며 현선물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업종별로는 전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화학, 운수창고, 보험, 증권 등이 4∼5% 급락했고 통신, 섬유의복 등이 낙폭이 적었다. 코스닥은 건설, 운송장비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전업종이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4%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30만원에 턱걸이했으며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현대차, LG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과 저가 대형주가 2∼3%대 급락했다. 삼성전기는 5% 이상 떨어졌다.
특히 기업부실의 금융업 전이 위험에 따른 우려감에 따라 신한지주가 6% 이상 급락했고, 국민은행도 3% 가까이 떨어졌다. 하이닉스은 오전중 마이크론과 협상 결렬 보도 등에 따라 급락했다가 오후들어 타결가능성이 제기되며 10% 이상 폭등했다.
거래소에서 하락종목이 584개, 상승종목은 236개로 하락종목이 상승종목보다 두배 반 가량 많았다. 그나마 저가매수가 유입되면서 하한가는 6개에 그쳤다.
◆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이번 미국발 엔론 사태로 인한 국제금융시장의 충격과 그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 기업 엔론 사태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 미국식 정경유착과 회계불투명성으로 인식, 투자자들의 신뢰감을 근본에서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일본의 고이즈미 내각 역시 경제정책 부재로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날 부시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으로 진행된 첫 국정연설에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시도하는 위험국가들을 ''악의 한 축''으로 규정, 국제사회의 긴장도를 높이긴 했으나 뚜렷한 경제정책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부시 행정부가 경제와 기업 현안문제에 깊이있게 천착하지 못하고 대외문제와 관련해 아프가니스탄 응징 이후 ''새로운 전쟁'' 쪽으로 여론을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는 앞으로도 앨런 그린스팬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대한 통화정책 의존도를 높이며 당분간 ''자율 회복''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 역시 ''엔화 약세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논의가 거론되고 있어 부실채권 처리 등을 포함해 당분간 뚜렷한 정책기조는 발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다우산업평균지수는 10,000선 회복이 지연되고 나스닥은 1,900선이 재붕괴됨에 따라 하락조정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도 닛케이지수가 다시 10,000선이 붕괴되고 부실채권 처리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달러/엔의 변동폭도 하루 1엔 안팎을 오가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수출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전체 주가가 급락하며 시장리스크와 함께 개별 현안에 따른 종목별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 이날 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협상 결렬 가능성, 독자생존설이 나돌면서 장중 6%까지 급락했다가 10% 폭등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메디슨의 부도 여파로 코스닥 기업 내의 재무건전성을 중심으로 한 옥석가리기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투신에 대한 매각 재논의, 대우차 매각 문제 등 구조조정 현안이 산적하고 지하철 노조의 파업 여부, 정치적 변동성 등에 따라 시장 주변이 다시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엇박자의 혼란으로 치닫지 않도록 시장참여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또 정부의 경제정책이 불공정거래를 차단해 시장투명성을 높이고 현안 문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향에서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