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9:09
수정2006.04.02 09:11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식생활혁명의 바람이 생선회 식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식"을 기피하고 "자연산"을 찾는 애호가들의 취향이 더욱 까다롭게 변하기 시작한 것.
성장촉진제가 포함된 사료를 먹고 소독약과 항생제로 목욕하다시피 하면서 자란 양식물고기보다 자연산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라면 맛으로만 이를 구별해내기란 쉽지 않다.
자연산의 가격을 지불하면서 양식 생선회를 먹는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정직한 주인이 운영하는 횟집에 가거나 비인기 어종일지라도 자연산임이 확실한 잡어회를 먹는 방법 밖에 없다.
자연산 회를 비교적 안심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횟집들을 소개한다.
바다뜰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부근 이태원파출소옆골목 / 02-797-1112)
이태원 주민들이 감춰두고 자기들끼리만 이용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외부엔 잘 알려지지 않은 집이다.
저녁에 가면 일본인은 물론이고 흑백의 인종이 섞여 회를 먹고 있는 모습이 이태원답다.
대부분 자연산 회지만 싼 것만 찾는 서양사람들을 위해 양식회도 갖춰놓고 있다.
메뉴판에 양식과 자연산이 구분돼 있다.
충남 안흥,백령도,제주도 등지에서 공급받는 자연산 모듬회가 고급 일식집 수준이다.
이 집엔 회말고도 특이한 음식들이 많다.
전복을 통째로 넣고 닭과 함께 푹 고아내는 전복영양탕은 채성태사장의 특허품(?)이다.
영일식당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부근 종로세무서 뒷골목/02-742-3213)
최근 매스컴을 통해 각광 받은 잡어회 전문집.
테이블 열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좁아 밀어닥치는 손님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한다.
밖에서 한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보통.
포장해 다른 곳에 가서 먹는 것도 요령.
가오리,방어,전어,미역치,학꽁치 등 제철생선 4~5가지로 구성된 잡어회 1접시가 2만원부터.
두세 명이 안주로 먹기에 충분한 양이지만 매니아급 단골들은 무채와 깻잎,자연산 미역과 함께 초장에 비벼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충무호동복집 (강서구청 맞은편 골목/02-691-6300)
경남 통영시 호동식당의 서울분점.
원래는 복국전문이지만 통영에서 항공편으로 부쳐오는 잡어회로 더 유명해졌다.
1접시 6만원부터.
잡어회치고는 싼 편이 아니다.
그러나 고급어종인 도다리 개불을 비롯,전어 상어 등 제철회와 멸치회무침 톳 꼴뚜기회 가오리 애(내장) 등 다양한 생선이 맛돋움음식(속칭 스키다시)으로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이밖에 진동횟집(잠원동 한국야쿠르트빌딩 옆골목/02-543-3849)은 잡어회와 세꼬시로 유명하다.
최진섭 < 음식평론가.MBC PD choijs@m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