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숍 마스터] "출근하는 순간 난 신데렐라"..김미욱 <'타임' 매니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백여명의 단골 고객 군단을 몰고 다니는 사람.10위권 밖에 머물던 점포를 맡아 불과 1년만에 3위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겨우(?) 서른의 나이에 패션 영업의 꽃이자 패션 판매직종 종사자들의 "별"이라는 숍 매니저(숍 마스터) 자리에 올라선 사람. 커리어우먼 브랜드 "타임"의 신세계 강남점 매장을 맡고 있는 김미욱 매니저(32.한섬 영업부 소속)의 화려한 이력이다.
고등학교(천안여상)를 졸업하던 지난 90년 천안 한양백화점(현 갤러리아)에서 의류 판매직원으로 출발한 그는 10년 만인 2000년 10월 신세계 강남점내 타임 매장의 숍 마스터로 자리잡았다.
신세계 강남점이 출범하는 중요한 시점,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의 한 곳이었기에 본인의 부담은 물론 주변의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해 걱정을 잠재웠다.
(주)한섬으로 옮긴 지 3년이 채 안 됐지만 그는 이미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급여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했지만 올 봄부터 연봉계약을 하게되며 그렇게 되면 웬만한 기업 임원급 대우는 받게될 것이라는게 주변의 귀뜸이다.
시종 "나보다 더 훌륭한 언니들이 많은데..."라며 겸손해 하면서도 조근조근 야무지게 얘기를 풀어놓는 그는 "늘 주변에 좋은 분이 많았고" "일하는 게 재밌어 지금 생각해도 참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실제는 그는 한양백화점 천안점,수원의 의류업체 대리점,"텔레그라프"(데코)의 수원 갤러리아점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등을 거친 그는 회사를 옮길 때마다 같은 근무했던 상사의 추천을 받았다.
일도 열심히 했다.
수원 갤러리아에서 일할 때는 첫 한달 간 하루도 쉬지 않았다.
지금도 "난 할수 있다. 할 것이다"는 말로 자기최면을 걸어가며 힘든 일을 버텨낼 만큼 악바리 근성으로 똘똘 뭉쳤다.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항상 고객과 만나는 직업인 만큼 숍 마스터에겐 "겉모습"이 중요하다.
늘 건강하고 상쾌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동료나 후배들이 "늘 밝아 보인다"고 말하면 "난 출근시간과 동시에 신데렐라가 된다"고 답한다.
힘든 때라도 겉은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서 있다보니 한때는 발목이 상해 침 맞으러 다니기도 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최근에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지금도 "너는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데 단거리 주자처럼 허덕이지 마라"는 한 은사의 말을 좌우명으로 새기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는 "나에겐 고객이 왕이 아니다.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섬기는 것보다 한걸음 나아간 게 "자기 동일시"라는 얘기다.
물건을 함께 고를 때,또 교환이나 취소를 위해 고객이 올 때 항상 "내가 고르고 바꾸는 심정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새로 문연 매장,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1년여 만에 4백명의 단골을 만들어낸 저력은 바로 이런 "기본"이었다.
지금은 바빠서 매장에 나오지 못할 때 재킷 바지 벨트 등을 풀세트로 코디네이션해 보내면 그대로 구입하는 "충성 고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향수나 속옷 등 작은 선물도 준다.
단골 고객은 대부분 20대 초반~30대 중반의 대학생과 직장인이다.
직종별로는 아나운서 등 방송인,교수.교사 의사 등 전문직이 많고 스튜어디스나 연예인도 있다.
전업주부의 경우도 본인이 얘기해서야 알 정도로 놀라울 만큼 세련된 이들이 대다수라고.사는 곳은 거의 강남지역이지만 때로는 분당에서 찾아오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가 항상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위기"는 "고위층 고객"의 비위를 거슬렀을 때.매장 입구에 디스플레이된 옷을 A 고객이 골라 계산까지 마치고 "저녁에 찾으러 온다"며 갔다.
그런데 1시간 뒤쯤 B 고객이 와서 "꼭 사겠다"며 성화였다.
"이미 계산까지 끝나안된다"고 나름대로 성의껏 답했지만 손님은 화난 상태로 돌아갔다.
일이 터진 건 이틀 뒤.경영진 가운데 한 사람을 잘 알던 B 고객이 "불친절한 직원"을 신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때론 수긍하기 어려운 상황도 생기지만 무조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꿈은 고객이나 후배 등 주변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멋진 매니저가 되는 것.아직 내세울만한 남자친구는 없지만 "결혼해도 일은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1백72cm의 늘씬한 키에 친근한 말투가 인상적인 그는 오늘도 "자주 오세요" "절 잊으시면 안돼요"하는 말을 노래처럼 외며 최고의 무대인 33평 남짓한 매장을 날렵하게 누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