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여름 쟁쟁한 할리우드 영화를 모두 물리치고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몇 년전 PC 통신에서 유행했던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엽기녀 시리즈는 좌충우돌하는 연애담 속에 당시 사회적 이슈도 조금씩 담아내며 이야기를 전개했었다. 곽재용 감독은 이러한 얘기들을 엽기라는 부분에 국한시키지 않고 견우와 ''그녀''가 만들어 가는 가슴 뭉클한 멜로 드라마로 엮어 냈다. 1백20여분의 상영시간은 전반, 후반, 연장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전반은 PC통신에서 봐 왔던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를 주로 보여준다. 후반은 두 사람의 멜로적인 감성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연장에서는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인연에 대한 이야기로 이들의 사랑 얘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일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단순히 엽기적 포복절도 코미디로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사실 감독은 청춘 남녀의 잔잔한 감성적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레퍼런스급''을 지향한 타이틀답게 영화 본편은 10여분의 장면을 추가한 1백37분의 디렉터스 컷으로 재구성되었다. 1.85:1의 와이드 화면은 안정적이면서도 무난한 화질로 따스한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돌비 디지털 음향도 후방 채널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하여 아기자기한 5.1 채널의 맛을 잘 살려낸다. 2장의 디스크로 발매된 타이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가기능은 감독과 주연의 육성 해설이다. 서글서글한 말투의 곽재용 감독과 차태현의 애드립 섞인 해설은 장면에 대한 감상이나 설명, 촬영 뒷 이야기 등을 토크쇼 진행하듯 재미있게 들려준다. 그밖에 PC통신 원문, 스토리 보드 소개 메뉴, 특수 촬영 소개, NG 커트모음 등을 비롯 제작 다큐멘터리와 원작자 인터뷰 등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부록으로 담아 내고 있다. 곽재용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이미 수차례 ''DVD를 위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바야흐로 영화 감독들도 DVD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제작하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한상용 (dvdprime.com 공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