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 31일 칼라일 컨소시엄을 타이어 부문의 단독 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음을 뜻한다. 타이어 부문만 놓고 보면 이제 협상의 ''5부 능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매각이 이달중 성사될 가능성이 높고 금호석유화학의 열병합발전소 매각도 임박해 금호의 구조조정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금호가 타이어 사업을 칼라일 컨소시엄에 넘겨줄 경우 국내 타이어 시장도 ''토종''인 한국타이어와 금호 넥센타이어(옛 우성타이어) 등 외자계가 팽팽하게 맞붙는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 금호타이어의 앞날 =칼라일 컨소시엄의 인수 의지가 강하고 금호 또한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기 때문에 인수합병(M&A)의 성사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문제는 최종 가격협상과 칼라일 컨소시엄의 경영전략에 쏠려 있다. 매각 가격과 관련, 금호측은 내부적으로 자산가치를 15억달러 정도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 자산가치와는 별도로 국내외에 포진한 광범위한 영업권과 40%이상의 국내시장 점유율에 대한 ''프리미엄''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타이어 부문은 외환위기 때도 흑자를 낼 정도로 탄탄하다"고 덧붙였다. 칼라일측도 일단 13억달러 정도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칼라일측은 경영권은 갖되 실제 경영은 금호에 위탁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칼라일은 이에 따라 합작사의 경영진을 현 체제로 유지하면서 CFO(재무부문 최고경영자)를 파견할 공산이 크다. 금호가 합작사 지분으로 19.9%가 아닌 20.0%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는 타이어 합작사를 계속 그룹 계열사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칼라일측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을 매각조건에 넣을 것"(금호 고위관계자)이라는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 결국 금호는 그룹의 알짜 사업인 타이어 사업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고 나중에라도 경영 여건이 호전되면 되찾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셈이다. ◇ 타이어시장 판도 =현재 국내 시장은 토종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타이어(49%) 금호타이어(40%)가 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외자계인 넥센타이어가 5%,미셸린 굿이어 브리지스톤 등 외국업체들이 5∼6%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다만 표면적인 시장 구도와 달리 실질적인 경쟁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측이 타이어 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가 없어 당분간 현 경영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라일측이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타이어 지분을 금호가 아닌 다른 해외업체에 넘기게 될 경우 국내 타이어업계가 자동차 전자 화학 제지 등의 다른 제조업종들처럼 ''글로벌 합종연횡''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일훈.강동균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