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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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레벨업된 증시가 2월을 맞이했다.
연 초 증시는 경기회복 기대를 받아들이며 ''1월 효과''를 즐겼다. 한 달 동안 종합지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7.8%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7.1% 상승했다.
미국 나스닥, 일본 닛케이 등 해외 주요 지수가 연 초 강세를 잇지 못하고 지난해 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비추어 두드러진 상승률이다.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상대적으로 단단한 회복세를 그리고 있고 구조조정의 효과 등을 반영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증시는 이같은 랠리가 마무리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렸다. 뉴욕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 호조를 보인 GDP 성장률 등 뚜렷한 호재로 상승했지만 종합지수는 사흘 연속 약세권에 머물렀다.
2월의 첫 거래일 증시는 방향성을 탐색하는 가운데 지지선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수관련 대형주나 업종대표주 움직임이 수급위축, 가격부담 등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수보다는 종목위주로 접근하라는 지적이 많다.
◆ 2월, 에너지 비축의 시기 = 2월 증시는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나 해외 경기가 회복 신호를 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정체되고 있다.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하이닉스 매각도 복병이다.
지난해 말부터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중임을 가리키고 있다. 다만 이미 반영한 높은 기대 수준을 채울만큼 강력하진 않다. 현실을 앞서간 주가가 기다릴 차례가 왔다는 얘기다.
1월 랠리를 거쳐 경기회복을 어느 정도 흡수한 증시는 기대감으로 가파르게 오르기보다는 발표되는 경제 지표에 맞춰 일희일비할 공산이 크다.
세 번째 주에 포진한 설 연휴는 수급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일부 기관 자금을 환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고객 예탁금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명절을 맞은 자금수요 증가는 증시로의 자금 유입에 제동을 걸겠다.
증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구조조정 모멘텀이 희석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투신의 외자유치는 AIG와의 협상이 어긋난 이후 열흘이 넘게 지났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다.
투자심리를 쥐락펴락하는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결별우려와 독자생존 가능성이 맞서는 상황에서 인피니온이 끼어 들었다. 하이닉스로서는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고 목소리를 키울 수 있게 된 셈이지만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있다.
의견조율에 실패한 채권단은 전체회의를 연기했다. 인피니온 율리히 슈마허 사장이 방한으로 급진전될 협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지 주목된다.
아울러 2년 이상을 끌어오며 좀처럼 최종 타결기미가 보이지 않던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방향을 드러내 구조조정 모멘텀을 되살려낼 지도 지켜볼 변수다.
월 말에는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국가신용평가팀 방한이 관심이다. 무디스는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이 통상적인 것이며 국가 신용등급 상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 S&P가 등급을 높인 이래 이번주에는 피치가 상향 여지를 거론한 터라 ''선물''에 대한 기대감도 만만치 않다. 무디스는 한국에 대해 Baa2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 종목들의 수다 = 급락세는 일단 진정됐다. 지수가 방향성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하방경직성을 확인하면서 개별 종목 장세가 연장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종목 장세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하방경직성을 먼저 확인하는 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 반등이 일어날 경우 현금확보의 기회로 삼는 한편 저가매수는 740선에 걸쳐 있는 20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력을 확인한 뒤에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대량의 프로그램 매물을 받으면서도 보합권을 지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상승보다는 추가 조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경기회복이 일정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뉴욕 증시의 불안정한 흐름, 하이닉스 처리의 불확실성, 수급악화 등을 감안할 때 탄력이 둔화될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조정이 일어나면 개별 종목 위주로 매기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료보유주나 소외종목 위주로 단기 매매에 임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이날 종합지수는 사흘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1월 마지막 거래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38포인트, 0.18% 내린 748.07을 기록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77.36으로 1.16포인트, 1.52% 올랐다.
개인이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강한 매수세를 불어넣으며 조정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프로그램 매매에 명암을 갈렸다.
프로그램 매도는 차익 1,195억원, 비차익 1,479억원을 합쳐 2,674억원이 출회되며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프로그램 매수는 비차익 중심으로 940억원 유입됐다.
개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2,543억원, 27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각각 2,550억원, 34억원 매도우위로 맞섰다. 외국인은 짙은 관망세 속에 거래소에서 155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닥에서 37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지수관련 대형주가 프로그램 매도와 외인 관망세 속에 탄력을 잃어버리고 개인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면서 개별 종목 장세가 전개됐다.
지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상승종목 수가 하락종목 수를 압도하며 개별 종목 장세임을 입증했다. 거래소는 539종목이 올랐고 올 들어 가장 많은 52개가 상한가를 쳤다. 코스닥에서는 547종목이 올랐고 이 중 95개가 가격제한폭을 위로 채웠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