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아픔을 간직한 뉴욕 맨해튼에서 중무장한 경찰과 바리케이드 등 거의 전시상황 같은 삼엄한 경비속에 지난달 31일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오늘날 지구촌의 현주소를 잘 상징해준다. 미국등 선진국 중심의 경제성장이라는 '양지'와 테러와 빈부격차 확대라는 '음지'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다. 물론 포럼의 취지는 '양지'를 넓히고 '음지'를 줄여나가자는 것. 세계 각국에서 온 3천여명의 정치 경제 종교 지도자들이 세계화에서 테러방지대책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5일간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러나 회의장인 왈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밖에서는 '음지'를 대변하는 각종 단체들이 세계화와 환경공해 등에 반대하는 다양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개막당일 첫 기자회견은 포럼의 공동의장중 한 명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포기한 포럼을 뉴욕으로 끌어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 그는 "세계 경제수도인 뉴욕만큼 세계경제포럼을 열기에 적당한 도시는 없다"며 "포럼은 평화적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설사 불미한 사태가 벌어진다 해도 뉴욕경찰이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므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 수도 없을 것"이라며 확실한 치안을 자부했다. ○…미국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는 포럼개막에 맞춰 "다국적 기업의 CEO들 대부분이 세계화가 사회 경제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회사가 1천1백61명의 전세계 CEO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87%가 경제발전에, 79%가 사회발전에 공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것. 또 44%는 반세계화 세력이 세계 비즈니스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막 당일 오후 연설이 예정돼 있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반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회동일정이 갑자기 당겨지면서 급거 런던으로 떠나는 바람에 이날 연설을 취소했다. 그는 출국에 앞서 9·11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가 있었던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하기도 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